[경일포럼]우리가 기억해야 할 3·15의 이름들
[경일포럼]우리가 기억해야 할 3·15의 이름들
  • 경남일보
  • 승인 2020.03.1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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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올해는 3·15의거 60주년이다.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인데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다. 나는 지난 2019년 4월 5일, 마산 3.15아트센터에서 문종근이 연출한 연극 ‘3.15, 너의 역사’를 보았다. 문종근은 2010년에도 창작 뮤지컬 「삼월이 오면」을 연출한 적이 있다. 「3.15, 너의 역사」는 3월 15일에 사망한 12인의 열사 중에서 오성원과 김주열 열사의 일기를 토대로 사건을 전개해가는 서사극 형식의 작품이다. 공연 초반에 3.15의거 당시에 죽은 이들이 등장하여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데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자기소개가 아니라 3·15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가족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저는 김용실입니더. 마고 1학년 2반 급장이라예. 공부는 좀 했심니더. 그날 아침 우리 집에 선거권이 다섯인데 표가 하나 밖에 안 나와 가꼬 어무이가 반장님을 찾아 갔더랬지예. 반장님이 우리 표는 박샘이 가지고 있을 거라꼬 해서 또 아부지가 박샘을 찾아갔었심니더.”

물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더욱 생동감 있게 가슴에 와닿았다. 아쉬운 건 기왕이면 열두 분의 이름이 모두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그 열두 분의 이름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이 마산 회원구에 있는 국립 3.15민주묘지의 3.15 기념관이다. 기념관은 2개의 전시실과 교육관, 어린이 체험관, 포토존, 쉼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격동의 세월’이라는 프롤로그로 시작하여 ‘지지 않는 꽃, 의거 정신의 계승’이라는 에필로그로 꾸며져 있다. 기념관 마지막의 에필로그 전시실 입구에는 ‘3.15 민주화운동의 큰 별이 된 그 이름’이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는데 바로 이 방이 별이 된 열사들의 이름으로 그들의 희생을 기리고 추모하는 공간이다. 전시실 가운데 있는 큐브 모양의 조형물은 3.15의거에 참여한 희생자와 부상자의 이름을 투각하여 3.15정신을 되새기고, 계승 의지를 담고 있는 민주화운동의 마인드 마크이다. 전시실 안의 어두움은 사건 당시의 살벌한 폭력을 느끼게 하였다. 설치작품에 새겨진 글자의 색깔이 빨강, 노랑, 파랑, 초록, 흰색 등으로 천천히 바뀌고 있어서 마치 폭압의 현실공간이 아닌,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았다.

방 한가운데에 커다란 정육면체 조형물의 뾰쪽한 꼭지점을 바닥에 세워 놓았다. 전시실에 들어섰을 때 곧바로 보이는 면에는 ‘그분들의 뜻을 이어…강융기, 김삼웅, 김영길, 김영준, 김영호, 김용실, 김종술, 김주열, 김평도, 김효덕, 오성원, 전의규’ 등 12명의 이름이 가로로 적혀있고, 옆면에는 세로로 부상자 이름이 가나다 순으로 새겨져 있다. 마산문학관에서 발간한 ‘자유와 민주와 정의의 마산문학’ 수록된 126편의 3·15추모시 중에서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뜻밖에도 ‘역시 마산은 이 땅의 변방이 아니라는 …’라는 이선관의 시가 유일하다. 그나마 희생자의 이름은 몇 군데에서 볼 수 있으나 가해자의 이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9년 10월 12일, MBC경남 창원홀에서 공연한 무용총체극 ‘시월의 구름들’의 프롤로그 배경화면에는 3.15의거 사망자들의 사진이 비춰졌다. 모두 기억해야 할 얼굴들이다. 역시 가해자는 보이지 않았다. 사실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이름과 얼굴이 더 중요하다. 나라를 팔아 넘긴 을사늑약도 그 내용은 자세히 모르지만 나쁜 짓을 한 을사오적의 이름은 외우고 있다. 가해자를 기억하지 않는 3·15관계자 중에는 박정희를 지지하고, 박근혜를 두둔하는 분도 있다. 지금이라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 3·15오적 혹은 십적을 찾아서 홍보해야 한다. 슬픈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이름을 모두 기억해야 한다.
 
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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