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소통으로 행복 찾기
[경일칼럼]소통으로 행복 찾기
  • 경남일보
  • 승인 2020.03.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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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국문학과 교수)
무슨 날벼락도 유분수지 희망찬 경자년 새해 인사가 귀에 채 떠나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세상을 멈추어 세웠다. 사람이 사람을 만날 수 없게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두어 버렸다. 창밖에는 따뜻한 봄 햇살로 가득하나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고, 매화도 목련도 진달래도 곧 피어낼 벚꽃도 맞이할 사람이 없다. 도시는 적막하고, 사람들은 저마다 우울하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는 지금이다. 그럼에도 이런 와중에 날마다 새벽이면 “까톡” 하고 선잠을 깨우는 반가운 소리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모두 움츠려 있는 지금 까똑 소리가 반가운 까치 소리와 같다. 꼭두새벽에 매일 사서오경의 어려운 글을 풀어 보내고 더불어 농막을 짓고 도인처럼 살아가는 일상 이야기 그리고 거기에 구수한 노래까지 덧보태어 보내는 대학 친구의 카톡 소리가 반갑다. 그리고 내가 카톡을 보내면 언제 어디서든 바로 반갑게 답해주는 친절한 선배님 카톡이 늘 반갑다.

필자도 때때로 감동 받은 좋은 글이나 직접 쓸데없는 글을 써서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까똑 소리와 함께 전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내가 친구나 단톡에 뭘 보낼 때마다 내가 잘하는 일인지 아니면 상대를 귀찮게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간혹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일생을 살아가면서 종종 외로움으로 어디 소통하고 싶을 때가 있고 또 지탱하기 어려운 슬픔을 어디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가 나에게 소식을 보내주거나 연락이 올 때면 크게 어렵지 않다면 짧은 흔적이라도 남겨 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설령 답을 하지 않더라도 안부나 소식을 전하는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들이 나를 기억해 주어서 고맙고, 나를 위해 소식을 전해 주어서 고맙다. 나를 위해 기도해 주어서 고맙다. 갈수록 소통 부재의 세상에서, 벽을 쌓고 혼자 살아가는 세상에서, 개인주의가 극에 다다른 세상에서, 더구나 요즘처럼 대면하여 소통하기 어려울 때 그래도 문명의 이기로 소통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그런데 개인적으로 안부를 물었는데 답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안부를 물은 사람은 민망하게 되고, 때론 자존심도 상하고, 글을 보낸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점점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게 되고 이후로 소식 전하기가 선뜻 나서지 않게 된다. 소식을 보냈는데 답이 없다는 것은 관심이 그만큼 없다거나 아니면 더 친밀하게 관계하기 싫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다. 소통에 대한 반응 속도는 친밀도와 관심도와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바빠서 늦게 답할 수도 있다면 늦게라도 한 자 남겨 주는 것이 예의라면 예의가 아닌가 한다. 더구나 손위 사람이 안부를 묻거나 소식을 보내오면 더더욱 그렇다. 섭섭함을 작은 것에서 오게 된다.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아무런 글을 보내는 것도 상대에게 예의가 아니다. 특히 가짜뉴스를 무분별하게 퍼 나르거나 골이 깊은 정치적 논쟁이나 남을 비방하고 기만하는 글들은 카톡 소리에 실어 나르지 않았으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일상을 더 많이 공유하고,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쁜 이모티콘으로 아침 저녁 인사라도 나누는 것이 작은 행복이라면 행복이 아닐까. 요즘 같이 우울한 날 감명 깊은 수필 한 편이라도, 아름다운 사진 하나라도 나누는 것이 작은 행복이다, 반가운 소식으로 서로 소통할 때 우리는 더 행복해 지고 인간관계는 더 깊어진다. 지금의 우울함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격려와 용기와 사랑과 관심으로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나가길 기도한다. 소통이 형통이다.
 
임규홍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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