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503)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503)
  • 경남일보
  • 승인 2020.03.19 14: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53)창선도 출신 김봉군과 양왕용 교수의 문단 이력 읽기(12)
양왕용 교수가 50대로 들어선 1993년은 그로서는 뜻 깊은 해였다. 부산대학교의 학술지원금으로 미국에 6개월 동안 방문교수로 갈 기회가 생겼었다. 부산대와 자매대학 가운데 고급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대학생들이 많은 유타주 북부 로간이라는 대학도시에 있는 유타주립대로 1월초 아내와 대학 1, 2년생인 아들들과 함께 떠났다. 아들 둘은 겨울방학 동안 어학연수와 견문을 넓히고 아내는 유타한인학교 교사로 고용되어 고용휴직을 하고 온 가족이 떠났던 것이다.

양 교수는 난생 처음으로 외국 그것도 미국에 장기 체류한다는 기대와 설레임으로 김포공항을 떠났다. LA 공항을 거쳐 유타주 수도 솔트레이크 공항에 내려 자동차로 두세 시간 가는 산골 고지대 도시 로간에 유타주립대가 있었다. 그런데 LA공항에 내리니 솔트레이크 공항이 유례없는 폭설로 닫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LA에 하루 머물면서 친지도 만나고 이튿날 솔트레이크 공항에 도착했다. 대관령보다 약간 낮은 만츄아 고개를 넘어 로간으로 가는 길은 정말 온통 눈의 나라였다. 이곳에 6개월의 체류기간을 8개월로 연장하여 머물면서 10주가 한 학기인 쿼터제 두 학기 내내 주 세시간의 고급 한국어를 가르쳤다.

유타주는 몰몬교의 본산이라 한국에 선교사로 다녀온 대학생들이 한국어를 잊지 않기 위하여 고급한국어를 배웠다. 짧은 방학기간에는 뉴욕에 가족들과 함께 다녀오기도 하고 아들들이 귀국한 후에는 마침 그곳에 유학하고 있던 고등학교 9년 후배 가족과 함께 유타주 근처의 국립공원 캐년 랜드, 아치 내셔널 파크, 옐로우 스톤 등을 다녀왔다.

그러나 이런 체험보다 그곳에서 출석하던 로간 동양선교회의 교단 총회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려 6월 달에 로간교회 총대 자격으로 담임목사와 함께 보름동안 양 교수 부부는 그곳을 다녀온 것이다.이러한 미국 체험과 유럽체험을 시를 써서 형상화하였다. 그 가운데 연작시 ‘눈의 나라’(20편)와 ‘겨울 뉴욕’ 3편이 기록할만하다 하겠다. 유럽을 다녀온 일종의 성지순례 체험은 ‘로마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39편을 창작하였는데 이 작품들과 유럽 여행 후의 로간 체험 ‘다시 눈의 나라’ 14편 그리고 1973년부터 2003년까지 30년 머물면서 아침 등산 코스였던 ‘금정산’ 16편 등을 한데 묶어 제5시집 ‘로마로 가는 길에 금정산을 만나다’를 2006년 11월에 서울의 푸른사상사에서 푸른 시선 61로 발행했다.

이 시집의 작품들 대부분도 궁극적 관심에 입각한 여행 체험들이다. 시집 ‘버리기, 그리고 찾아보기’ 이후에는 양 교수 대부분의 시는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시편들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해운대로 이사한 2003년 이후에는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는 바다 탓으로 바다를 제재로 한 시들과 백두산, 금강산, 개성공단 등의 방문이 제재가 된 민족의식 그것도 기독교적 역사의식으로 쓰여진 시들이 많다.

33년 근무하던 부산대학교를 정년한 이후에는 자유의 몸이 되어 해외여행 그것도 20일 이상 혹은 1-2개월 머무는 자유여행을 많이 했다. 행선지는 주로 미국의 서부와 동부였다. 그 가운데 가장 보람 있는 여행은 2011년 11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체류한 LA여행이다. 대기업에 10년을 다니다가 그만 두고 미국 LA의 실용음악학교 MA에 다니고 있는 큰 아들 양지훈과 그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미국에 컨설팅회사 서울 지점에서 LA지점으로 자리를 옮긴 큰 며느리가 머물고 있는 웨스트 헐리우드의 아파트에 머물면서 샌프란시스코쪽 나파벨리로 와이너리 투어로 떠난 추수감사절 휴가여행, 그리고 캘리포니아주 인 랜드와 네바다주를 횡단한 유타주 로간 크리스마스 휴가 여행은 각 각 5일과 10일이 걸렸는데 특히 1993년 1월부터 8개월 머문 로간 방문은 19년 동안 별로 변하지 않은 미국 대학 도시의 특성으로 감회 깊었다.

그래서 여행의 LA 공항 도착부터 미국을 떠날 때까지를 49편의 연작시로 그 감회를 형상화하였다. 이 작품을 2017년 부산문화재단 지원금을 받아 ‘천사의 도시 그리고 눈의 나라’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묶었다. 양 교수의 큰 며느리가 찍은 사진과 큰 아들의 발문 등으로 양 교수 가족들이 참여한 가족 시집이었다. 양 교수의 아내 최숙희 권사는 원래 중학교 수학교사였는데 부산 시내 여러 지역 교육청 전문직을 거쳐 동래교육장, 해강중학교 교장으로 2008년 정년퇴임하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