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의 모형을 바꿀 시간여행자
어항의 모형을 바꿀 시간여행자
  • 경남일보
  • 승인 2020.03.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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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남과기대 교수)
앞서 간다는 의미로 양준일 가수를 시간여행자라고 한다. 정치도 양극화 정치, 기득권 정치를 뛰어 넘는 시간여행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미래통합당의 공천관리위원회가 추진했던 ‘공천서약’을 통해 사람의 차이를 본다. 비록 공천갈등의 파동에 묻혀서 그 진가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음에도 시간여행자의 면모가 느껴진다, 특정 정당의 공천작업 수행의 잘잘못의 평가와는 별개로 말이다. 서약서에는 세비삭감과 같은 국회의원 권한 내려놓기와 혐오 발언을 한 경우 세비 전체 반납 등의 내용이 담겨 있으며 이를 당내 규정으로 강제화 하겠다고 한다. 특히 국회의원 보좌진 수를 줄여 그 수만큼 국회 내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의 사무처 전문인력으로 돌리겠다는 내용은 참으로 신선하다. 국회 본연의 업무인 ‘입법’과 ‘예산’정책의 전문적인 역량을 강화시키겠다는 것으로 이는 준비된 자만이 실행할 수 있는 정치의 시스템 개혁이다. 그런데 이마저 무산될까 심히 우려스럽다.

정치는 생물이기에 예측불가능한 모양으로 쉼 없이 변형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꼼수가 판을 친다. 이러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스템화가 꼭 필요하다. 필자는 정치의 시스템 개혁을 편의상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비유해 본다. 첫째 어항의 모형을 변경하는 ‘어항’갈이는 국회개혁이고, 둘째 ‘물’갈이는 내부혁신의 정당개혁이며, 셋째 ‘물고기’갈이는 인적쇄신의 공천개혁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공천서약의 내용은 일종의 정당개혁 내지 국회개혁으로 보인다. 이에 덧붙여 모난 어항 모형을 변경하는 국회개혁까지 완성되면 얼마나 좋을까. 극단적인 진영정치에 입각한 양당기득권 모형인 ‘모가 난 직사각형의 어항’을 다당제 모형인 ‘둥근 원형의 어항’으로 변형시켜 정치적 시대교체까지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비록 누더기가 되긴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첫 발을 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꼼수에 꼼수를 거듭하고 있는 비례용 위성정당으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첫 단추는 통합당의 비례한국당 창당 꼼수로 잘못 꿰어졌다. 이에 대응하여 민주당도 결국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키면서 사실상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이런 논란의 과정에서 민주당 속에서도 역시 사람의 차이를 본다. 적을 이기고자 적을 닮아가는 소위 내로남불 정치보다는 힘들더라도 대로를 걸어가자는 소신파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들 모두에게서 시간여행자의 품격이 느껴진다.

아무튼 거대 양당인 통합당은 국회개혁을 막아서고 제 밥그릇만 챙기는 정당으로 낙인찍히고, 민주당마저 원내 제1당을 놓칠까 봐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를 스스로 훼손한다는 비난을 떠안게 됐다. 물론 선거가 결국 표를 다투는 냉정한 현실정치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대 기득권 정당의 탐욕 열차를 도로 가동시켜서는 안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기본 취지는 거대 양당의 과다한 대표성을 바로 잡고 군소 정당도 원내에 많이 진입하게 해서 다양한 계층의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는 것인 만큼 그 꼼수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소위 대기업인 거대 양당이 소수정당의 골목상권까지 싹쓸이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성숙한 의회정치로 민주주의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 올리게 만드는 동력의 확보는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4·15총선에서는 여야를 떠나 무소속까지 단순한 지역대표자보다는 국회개혁과 정당개혁으로 국민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시간여행자가 많이 당선되면 좋겠다. 그들이 중심이 되어 21대 국회의 첫 작품으로 ‘국회의원 권한 내려놓기’와‘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도적으로 완성해 주길 바란다. 필자는 정말 진정으로 준비된, 그리고 정치철학을 가진 당선자를 보고 싶다.
 
윤창술 경남과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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