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일상·진실과 착각의 경계를 허물다
예술과 일상·진실과 착각의 경계를 허물다
  • 박성민
  • 승인 2020.03.2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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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아스 레베르거 갤러리바톤 개인전

갤러리에 들어서면 푸른 하늘과 바다가 펼쳐진 컬러풀한 벽을 마주하게 된다. 벽 가운데에는 알쏭달쏭한 무늬의 문이 있다.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벽이 나타난다. 각 벽에는 평화로운 자연 풍경과 극도로 확대한 사물 이미지가 번갈아 등장한다. 그렇게 5개 벽을 통과하면서 낯선 세계를 경험한다. 관람객을 착시에 빠뜨리는 테마파크 같기도 한 공간은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개막한 토비아스 레베르거(54) 개인전이다. 레베르거는 2009년 베네치아비엔날레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독일 출신 현대미술가다. 조각가로 출발한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특유의 화려한 패턴과 색상으로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전함 위장 무늬로 카페를 꾸며 현실과 분리된 듯한 공간을 창조한 베네치아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작이 예술 장르와 역할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 세계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관람객에게 굳어버린 이성과 감각을 일깨울 기회를 준다. 각 벽면에는 작가가 촬영한 이미지가 이어진다. 개 한 마리, 담배꽁초 하나가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극단적으로 확대된 이미지, 왜곡된 색감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을 전한다.

벽들을 지나면 작가가 인터넷에서 무작위로 고른 이미지를 3D프린터로 제작한 작은 물체가 있다. 작가는 ‘재떨이’라고 이름 붙이고 홈을 냄으로써 추상적 오브제들에 어떤 기능과 의미가 주어지는지 묻는다.

마지막으로 네온과 세라믹 조각이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별도 공간이 나온다. 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현란한 시각적 요소가 시선을 끌지만, 작가는 예술을 둘러싼 벽을 무너뜨리며 진지한 질문도 심어놓았다. 감각적인 착시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말한다. 개념적으로는 우리가 알고 믿는 것들이 모두 진실이자 진리가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한다. 문을 자세히 보면 작가가 숨겨놓은 글귀에 눈에 띈다. 열린 마음을 강조하는 작가의 생각과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Something Else is Possible.’ 작가는 과거 부산현대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등지에서도 개인전을 열었다.

번 전시를 앞두고 내한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편 운항이 중단될 상황이어서 개막 직전 급히 독일로 돌아갔다. 전시는 5월 13일까지.

연합뉴스

 

토비아스 레베르거 개인전 ‘Truths that would be maddening without love’ 전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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