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디지털성범죄 사라질 수 있을까?
[여성칼럼] 디지털성범죄 사라질 수 있을까?
  • 경남일보
  • 승인 2020.03.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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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경남사회적가치지원센터장)
디지털성범죄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유포하거나 이를 빌미로 협박하는 행위,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을 의미한다.

2018년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웹하드 불법 동영상의 진실’ 편은 방송당시 음란물 유출로 자살한 친구의 영상을 지우려는 여성의 행보를 따라가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디지털성범죄가 단순히 관음적 본능이나 호기심으로 일어나는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찍는 자, 올리는 자, 유포하는 자, 보는 자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거대한 산업이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당시 피해자는 생전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디지털 장의 업체에 삭제를 요청했지만 삭제 이후 또 다시 다른 사이트를 통해 유통이 계속되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뿐만아니라 피해자가 고인이 된 이후에도 불법사이트에 그의 영상이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유통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영상물 삭제가 피해 당사자만 요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1월 국회 본회의에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어 오는 4월 30일부터 피해자 본인 뿐 아니라 부모나 배우자 등 가족이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법령이 시행된다.

최근 7년간 불법 촬영 범죄가 3만9천44건이 발생했다는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디지털성범죄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휴대폰 사용 연령이 낮아지면서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이들의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고 대부분의 채팅앱이 설치 및 가입 시 본인 인증이나 기기인증을 요구하지 않으며, 고지되어 있는 사용 연령 등 별다른 인증 절차가 없기 때문에 형식적인 것에 그치고 있어 아무런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아동, 청소년의 경우 처음부터 성매매를 생각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이 신기하거나 누군가와 그저 대화를 나누고 싶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2018년 방송이후 정부에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성범죄 산업에 대한 특별 수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이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렇다면 단순히 디지털성범죄자의 강력 처벌에 대한 여론 형성과 법률 개정만으로 디지털성범죄가 사라질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 여전히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웹하드 업체가 피해자도 모르는 사이에 촬영된 수천 개의 디지털성범죄 영상을 일본에서 정식 제작된 포르노처럼 제휴 콘텐츠로 등록하여 영상을 유포하며 연간 20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수익 구조는 웹하드 업체가 헤비 업로더들의 범죄행위를 돕고 특정 영상물을 걸러내는 필터링 업체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으며, 서로 연결된 업자들이 디지털성범죄 영상물을 올려 수익을 올리고, 필터링으로 다시 수익을 올리고, 피해자들에게 삭제 비용을 받으며 또다시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다.

디지털성범죄물로 이윤을 만드는 촬영자, 유포자, 웹하드나 웹사이트 등의 플랫폼, 필터링 업체, 삭제 업체 등이 연결되어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한 사회 및 국가의 현실적인 법안 마련과 일상생활 속에서의 상호 합의, 인권·인격 존중, 온라인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하나의 시장이자 산업이 된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는 시각, 그리고 나중이 아닌 지금 나부터 디지털성범죄 반대 운동에 함께하며 ‘No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YES가 될 수 없다’는 우리 모두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이수경 (경남사회적가치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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