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견디고 버틸게…잊진 않을게”
“아들, 견디고 버틸게…잊진 않을게”
  • 백지영
  • 승인 2020.03.26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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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고 서대호 중사 모친 안민자 씨
10년이 흘렀지만 기억은 바래지 않아
아픔 삭이며 코로나 마스크 제작 봉사
“엄마, 저 대천함 말고 천안함 탔어요”

2010년 2월, 아들에게서 기존에 타기로 했던 함정 대신 천안함에서 갑작스레 근무하게 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이 일이 아들의 운명을 바꾸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지금 백령도에 있다는 아들에게 농담 삼아 “구경 잘하겠는데”라고 했던 엄마는 “바다 한가운데라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아들의 대답에 덜컥 눈물이 났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에서 함정 근무를 하는 아들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진 게 너무 미안해 몇 번이고 아들에게 사과했다.

아들은 “괜찮다. 얼른 보러 가고 싶은데 계속해 근무를 수행하다 보니 휴가가 자꾸 늦어진다”며 “3월 말이나 4월 초에는 꼭 휴가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 서대호 중사의 어머니 안민자(60)씨는 아들과의 마지막 통화를 되새기다 여러 차례 오열했다.

제5회 서해수호의 날(27일)을 이틀, 천안함 피격(26일) 10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25일 본보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였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안씨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소속된 창원지역 봉사단체 회원들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 계층을 위한 마스크 1000개를 만들었더니 몸이 힘들다는 얘기가 대화의 첫 시작이었다.

봉사는 안씨가 슬픔을 떨쳐내기 위해 택한 일종의 도피처였다.

2010년 3월 26일, 아들이 탄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자식을 잃은 나에게 무슨 일이 필요하겠냐”며 8년간 근무해온 직장을 그만뒀다.

이렇게 매일 집에서 울며 지내다 우울증 걸려 죽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친구가 “이렇게 지내면 몸 다 버린다”며 함께 봉사 다닐 것을 권했다. 봉사하는 동안은 조금이나마 슬픔을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집에 오면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다시 살아났다. 이사 오면서도 예전처럼 따로 마련해 꾸며준 아들 방, 아들의 사진과 훈장이 걸린 거실…. 어느 곳에서든 아들은 안씨와 함께했다.

슬픔이 몰려오지만 아들을 추모할 수 있어 자주 찾던 공간은 온라인에서도 있었다. 서대호 군의 싸이월드 미니홈피(2000년대 중후반 유행한 사회관계망서비스)였다.

아들이 떠난 이후에도 형이나 친구가 방문해 “보고 싶다”며 그리움을 남기곤 했던 공간이었는데 지난해 말 싸이월드가 영업을 종료하면서 미니홈피도 사라져버렸다.

안씨는 “많은 국민들이 아들을 잊지 않고 생각해준다는 걸 알 수 있는 공간이었다”며 “남편과 함께 거기 보는 낙으로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것 때문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천안함 피격 10주기인 올해는 예년보다 아들이 유독 더 생각난다. 1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백령도에 함선을 타고 들어가는 행사를 준비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되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연락을 받았다.

살아있었으면 32살이었을 아들 또래가 가정을 꾸리는 모습도 유독 눈에 밟힌다.

안씨가 우리 사회에 바라는 것은 간단했다. 사람들이 천안함 피격 등 나라를 지키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제대로 알고 오래도록 기억해주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천안함 사건을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사람이 있다”며 “전 국민이 두 동가리 난 천안함의 모습을 보고 직접 느껴야 한다”고 했다.

안씨의 최근 관심사는 아들의 흉상이 어디 세워지냐는 것이다.

그는 “아들의 모교인 경남대학교에 흉상을 건립하면 잘 관리해줄 것 같아 적합한 위치라고 생각했는데 대학 측이 난색을 보여 어찌 될지 모르겠다”며 “우리 부부가 세상을 떠나도 아들의 흉상이 거미줄 쳐진 채 방치되지 않을 공간에 세워져 기억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천안함 피격,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를 기리는 제5회 서해수호의 날 행사는 27일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개최된다.

행사 규모는 코로나19 여파로 축소됐지만 ‘그날처럼, 대한민국을 지키겠습니다’라는 주제로 국토 수호와 전 국민의 코로나 극복 의지를 담아낼 예정이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아들 고 서대호 중사의 사진을 들고 있는 안민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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