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8월 창녕서 콜레라 유행
1970년 8월 창녕서 콜레라 유행
  • 김지원
  • 승인 2020.03.2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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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 1970년 8월 13일. 창녕 집단 식중독 콜레라로 밝혀져
경남일보 1970년 8월 13일. 창녕 집단 식중독 콜레라로 밝혀져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은 흑사병, 페스트로 알려져 있다. 중세시대 1300년대 중반을 휩쓴 페스트는 당시 유럽 인구의 3분1을 몰살시켰다. 전염병 대유행의 공포를 코로라19로 인해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역대 3번째로 팬데믹(Pandemic)을 선포했다. 팬데믹은 2개이상의 대륙에서 다발적으로 대유행을 일으킨 질병에 대한 선포로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유행한데 이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확산되는 단계로 각국에서는 국가·대륙간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출입국 관리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 훈련 중이던 한국인 메이저리거 류현진 선수가 소속팀이 있는 캐나다에서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바람에 졸지에 발이 묶여 버린 사태가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은 WHO 전염병 경보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확산을 에피데믹(1개 대륙에서 전염병이 빠르게 번지는 현상)으로 볼 수 있었다면 팬데믹 현상은 전 세계가 공통으로 감염병 확산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팬데믹은 3번에 걸쳐 선포됐다.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H1N1)가 앞선 두번의 사례였다. 불과 10년 전에 창궐했던 신종플루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12만6000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된다. 홍콩독감은 100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FP는 지난 15일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60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에서의 사망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사망자 수가 17일 기준 2000명을 넘어서고 있어 2개 이상의 대륙에서 대유행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동안 많은 사망자를 낳은 전염병이 수차례 겪었다. 21세기 이후에 겪은 것만도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등 호흡기 감염질환의 유행이 이어졌었다.

1918년에서 1919년까지 유행한 스페인 독감의 경우 50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스페인 독감은 사실 미국에서 시작된 전염병이지만 스페인 언론에서 주로 다뤄지면서 ‘스페인독감’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했다. 당시 조선총독부 연감에 따르면 ‘무오년 독감’ ‘서반아 독감’으로 불리며 14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하고 있다.
경남일보 1970년 7월 31일. 콜레라 방역반
경남일보 1970년 7월 31일. 콜레라 방역반

 

콜레라, 천연두, 장티부스, 결핵 같은 질병들은 지난 세기 경남일보 옛 신문지상에도 종종 등장했다. 콜레라는 조선 순조때 처음 등장해 대유행했다. 콜레라균이 구토나 분변 등을 통해 물을 오염시키고 이 더러운 물 때문에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호랑이에게 몸이 찢기는 것처럼 아프다고 해서 호열자(虎列刺)라고 불렀다. 조선왕조실록 기록에는 ‘이 병에 걸린 사람 10명 중 1~2명도 살아남지 못했다’고 했을 정도로 치명율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콜레라는 광복 이후 1970년대까지도 유행병처럼 반복됐다. 1970년 늦여름 창녕의 한 상가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해 숱한 사망자를 낳은 괴질도 콜레라였다. 콜레라는 흔히 ‘후진국 병’이라고도 하는데 지난 2016년 9월 콜레라가 발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광주에서 발병한 이 콜레라 환자는 남해안의 식당에서 어패류를 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곧이어 거제지역에서 콜레라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한동안 지역사회 확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거제시에서는 추석이 지나 추가환자 발생이 없자 콜레라 종료 선언을 하기도 했다.
경남일보 이름모를 괴질에 둘 죽고 수명 앓아
경남일보 1970년 5월 12일 이름모를 괴질에 둘 죽고 수명 앓아

 

중·장년 세대에겐 장티푸스도 이름꽤나 들어본 전염병이다. 장질부사라고도 불렀다. 속된 말로 ‘염병’한다고 하는 그 염병이 장티푸스다. 창녕군의 콜레라 발병으로 떠들썩 하던 1970년 7월30일 사천·충무(지금의 통영)에서는 장티푸스가 발병해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1900년대 초 스스로는 병을 앓지 않는 무증상 보균자로 수십명에게 장티푸스를 옮기고 다녔던 뉴욕의 요리사 메리 맬런(Mary Mallon)의 사례는 ‘장티푸스 메리’ 라는 용어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메리는 요리 일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받고도 생업에 나서 감염을 확산시켰던 탓에 감염자 혐오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병의 감염은 단순치 않다. 코로나19는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 심하게 앓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는 반면 기저질환이 있는 면역력 낮은 사람들의 경우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모든 유행병에는 유행과 종식이 있었던 만큼, 팬데믹이 선언된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잠잠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을 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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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 1970년 7월 10일. 장티푸스 예방주사 부작용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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