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위험사회에서의 정부 역할
[경일포럼]위험사회에서의 정부 역할
  • 경남일보
  • 승인 2020.03.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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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경남연구원 자치분권연구팀장
불안하고, 우울한 그리고 위험한 시기이다. 그 양상과 수준에 있어 상대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감염병의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위협은 우리 모두의 일상을 흔들고 있다. 그야말로 위험사회이다. 인간이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하면서 겸손함마저 들게 한다. 그럼에도 온 국민이 함께 고통을 버텨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아픔을 조롱하고 편을 가르며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며 이 같은 국가적 재난상황에서조차 불편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들도 있었다.

사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정부이다. 평상 시 잊고 살기도 하는 정부의 존재를 국민이 절실히 체감할 수 있는 시기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정부에 대한 평가들이 많다. 아직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의 섣부른 평가는 사실 국가위기상황의 정치화 현상에 기여하는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 평가는 언론도, 여론조사기관도, 외신도 아닌 국민이 온 몸으로 체감하는 그것이다.

통상 평가의 대상이 되는 정부는 정치와 행정을 아우르며, 입법부와 행정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가 포함되지만, 각각의 역할은 공통적이면서도 상이하다. 중앙정부의 초기 대응에 관한 평가는 후에 하더라도, 지역사회 감염 확산과 지역경제의 심각한 위기로 인해 지방정부의 지원책에 보다 큰 기대감을 갖는 중요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와 함께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 지자체들은 광역, 기초 할 것 없이 연일 밤낮으로 갖가지 지원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저마다 중점을 둔 영역의 차이는 있겠으나 방역과 감시, 예방, 선별적·보편적 현금지원, 정보공유 및 소통 등을 위해 모두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기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적극행정을 당부하고 있다. 국가위기상황에서의 정부 책임성, 지방정부의 권한 충분성 등에 관한 논의는 계속 있어왔다. 또한 이번에는 공통적인 대책으로 적극행정을 위한 지원, 면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가 수립한 실행방안은 대부분 적극행정을 위한 면책, 적극행정에 대한 인센티브, 소극행정에 대한 처벌이다. 이들이 과연 정부가 최대한의 역량과 능력을 발휘하여 국민의 기대를 넘는 성과를 실현하게 할까? 정부 책임성에 관한 연구들 중 대표적으로 Romzek & Dubnick(1987)은 공무원의 책임을 통제의 원천이 내부인지 외부인지에 따라 그리고 그 정도가 높고 낮음에 따라 계층적, 법적, 전문가적, 정치적 책임으로 구분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책임들 간 상충되는 갈등의 딜레마에 대한 결정이 행정 집행을 결정한다고 보았다. 특히나 위험상황에서 이러한 책임들 간 내적 갈등은 심화될 것이기에 행정은 규칙 지향성과 합법성에 따른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민이 기대하는 적극행정은 계층적, 법적 책임을 넘어 전문가적,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이 아니라 공무원의 책임에 관한 사고와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상황 인식을 국민적 입장에서 할 수 있도록 의미 공유의 시간을 갖고, 상황에 따라 어떤 책임성을 더욱 중요시 할 것인지 결정하도록 하고, 그에 필요한 역할과 권한을 마련해두어 내적 갈등을 해결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행정의 집행 방향을 결정한다는 정치의 책임은 물론이고, 무엇이 국민을 위해 가장 필요한 행위인지 결정하는 주체로서 행정의 책임이 이루어진다면 위험사회에서 우리 모두의 삶을 지탱해주는 정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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