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얼굴에 철판 깐' 총선정국
[경일시론]'얼굴에 철판 깐' 총선정국
  • 경남일보
  • 승인 2020.04.0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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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위원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4·15 21대 총선이 오늘부터 13일간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미래 가치나 새로운 시대정신 지향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반대다. 경쟁 상대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 반사 이익을 챙기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여야를 막론 국민들 가슴에 닿을 리 없다. 대결 목소리만 요란, 사사건건 충돌이다. 공천역시 일부 여야는 ‘막장공천’이라는 비판과 ‘괴물정치’가 됐다는 말도 한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와 함께 지난 4년간의 여야 의회권력에 정권을 심판할지, 야당을 심판할지를 놓고 유권자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코로나블랙홀로 인해 정책과 이슈가 실종, 깜깜이 선거가 되면서 도대체 뭘 보고 표를 줘야 할 지 막막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더불어시민당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가 첫 공식 만남에서 서로를 향해 ‘형제·사돈·종갓집·시댁’ 등 낯 뜨거운 표현의 상견례로 ‘한 가족’을 강조했다. 불과 한 달여 전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출범했을 때 민주당 지도부가 한국당을 향해 ‘쓰레기 정당, 페이퍼 위성정당, 의석 도둑질’이라고 맹비난, 통합당의 ‘의원 꿔주기’에 대해 검찰에 고발과 비판했던 모습과 반대의 “후안무치한 정치”의 모습이다. 비례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이 불법이라 했던 일을 똑같이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야당과 다를 게 뭐냐”는 얘기가 나오자 이 대표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원내 제1당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야바위 변종(變種)정당’을 급조했다. 여권의 또 다른 위성정당을 자처하는 열린민주당까지 출현, 비례약진에 긴장이다. 선거법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짐으로써 ‘최악의 막장 암흑선거’가 우려된다. 위성정당들끼리도 ‘적자정당, 서자정당’하며 참담한 ‘비례정당 꼼수 쇼 진흙탕 싸움’ 등 사상초유의 기막힌 총선 정국이 펼쳐지고 있다.

최악의 선거법으로 의원 꿔주기, 셀프제명은 총선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코로나로 경제 위기 속에 금배지를 향해 폭주해온 정치인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4+1 선거법’을 ‘정치 개혁’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였다.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은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는 국민이 곧 잊을 것이라는 황당한 인식이 깔려 있다. 우리 정치는 낡아 노후 된지 오래라는 올드보이 노욕으로 겉으론 젊은 인재 영입을 통해 젊은 층에 다가가겠다고 표방했다. 실제는 전혀 다른 구시대적 사고에 젖어 혁신을 외면했다. 현역을 교체, 여성, 청년 공천 등 새 인물의 수혈은 안중에 없었다. 몇 달 전만 해도 참담한 지지율에 긴장하는 듯하다 형편이 좀 나아졌다 싶으니 제 잇속 차리기에 정신이 없다. 국민이 바라는 새 인물, 정치 개혁의 염원을 여야가 외면, 국민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좋은 후보를 골라내야 할 뿐이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통과를 미끼로 범여권 군소 정당들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선거법이 위헌적 요소가 있는 패스트트랙이란 ‘입법 쿠데타’ 때문이다. 제1야당을 배제한 원천적 위법성은 차치하더라도, 비례대표 위성 정당들의 공천이 난장(亂場)이 벌어졌다. 꼼수경쟁·탈법·반칙·편법 등 희한하고 우스운 대응에다 비전·메시지·감동·철학도 없이 얼굴에 철판을 깐 난장판 총선정국이다. ‘총선용 떴다방 비례정당’은 선거가 끝나면 원래 소속 정당으로 가면 비례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 이쯤 되면 비례제도를 없애는 것이 낫다. 코미디를 했던 전직의원이 “4년 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했다. 코미디계의 1인자도 배워야 할 만큼 국회가 코미디였다는 뜻이다. 요즘 ‘참 나쁜 정치’를 국민들이 보고 있다. 범여권의 선거법 개정이 부른 코미디다. 정당이 많아 18년 만에 전자개표를 못해 100% 수(手)개표를 하게 됐다. 전체 후보 3분의 1이 전과자이고, 그중엔 살인자도 있어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매섭게 평가하는 총선거가 되길 기대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 잔꾀로 상대를 기만하고 민의를 왜곡하는 일이 한국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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