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봄날이 간다
[천왕봉]봄날이 간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4.0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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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논설위원
배꽃에 달빛이 내려앉으면 누구나 봄기운에 젖어든다. 남녀노소가 불문이다. 밝은 달아래 떨어지는 꽃잎을 보면 춘심은 절정에 달한다. 지금이 그런 시절이다. 매화 진자리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삼천리강산이 꽃 대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진해 군항제 벚꽃놀이가 무산됐다. 창원시가 진해지역에 아예 빗장을 걸어 잠그고 외래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서울의 석촌호수도, 창경원도 그 찬란한 벚꽃구경을 막고 있다. 모질고 독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다. 굳이 엘리어트의 황무지, 잔인한 4월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들의 봄은 이미 코로나에 빼앗기고 말았다.

▶봄을 느끼고 만끽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절박하다. 학생들의 수업권이 압박을 받고 소상공인들은 수입이 없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재난소득을 지원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도 코로나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오늘도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계나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어쩌면 꽃타령은 사치일는지 모른다. 지칠대로 지쳐 몸을 지탱하기 힘든 그들은 차갑기만 하던 공기에서 온기를 느끼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독기를 잃어가길 바랄 뿐이다. 도리 없이 올 봄 꽃타령은 접어야 할 것 같다. 어차피 화무는 십일홍인 것을. 달도 차면 기울지 않던가. 우리들의 봄날은 그렇게 가고 있다. 진주에 또 확진자가 여러명 발생했다고 한다.
 
변옥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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