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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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0.04.0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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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시 ‘진주’로 널리 알려진 서울상대 출신 허유 시인(2)
허 유 시인은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에 입학하여 대학 2학년 되던 해에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부에 시 <낙재기중 樂在其中>으로 당선되었다. 원고청탁 오는 데도 없고 심심하여 학과 동급생 친구 이름을 빌려 서울 K대에서 재학생 시작품 모집을 하는데 거기다 투고하였다. 운 좋게 당선이 되었고 상금은 3000원이었다.

시상식날 시상식에 나가지 않고 이름 빌려준 그 친구를 내보낸 대신 학과 친구들을 미리 무교동 한일관에 모이도록 해두었다. 미리 모인 학생들은 술부터 가져오라 하여 한 잔 두 잔 권하고 마시며 시간이 흘렀다. 시상식이 11시인데 오후 2시가 되어도 상 받으러 간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친구들은 허 유 시인에게 “참 이 친구 대견하단 말야. 상대를 온 놈이 시를 쓰고 그것도 당선까지 되다니…. 어쨌든 축하한다! 1년에 한 번씩만 당선을 해서 우리들에게 회식 선물을 선사하도록 하라요” 화기애애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는데 상받은 친구가 오지 않으니 허 유 시인은 이제 점점 불안하지기 시작했다.

그 때는 핸드폰도 없고 삐삐도 없을 때였으니 당사자가 오기 전까지는 그냥 깜깜이로 마시고 취할 수밖에 없었다. 3시간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자 허 유 시인은 참석한 학우들에게 “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이 친구가 오지 않아 불안해 그러하오니 차고 있는 시계를 일제히 풀어 주세요.”그러고는 한일관 주인에게 “사장님 죄송합니다만 친구가 올 때까지 매상고를 올려드릴 테니 친구들 시계를 받아 주세요.”

그때부터 학우들은 시계를 풀었것다,에라 신나게 마셔라 서로에게 서로를 보증하는 마음으로 잔을 겹으로 권했다.

그뒤를 이어 상받으러 갔던 친구가 얼굴이 벌겋게 달아서 씩씩거리며 당도하여 들고 온 상장과 상금을 한일관 땅바닥에다 내팽겨쳤다. “아이 기분 상글어, 내 이런 짓은 다시는 안할끼다. 내가 얼마나 불안하고 부대꼈는지 알기나 하느냐” 하면서 술 한 잔 부어라 하며 병나발을 먼저 불어댔다. 이야기인즉슨 이러하다. “아 어찌하여 이렇게 좋은 작품을 내셨는지요? 고교시절 백일장 깨나 다니신 것 같군요. 주제가 무엇이며 어디서 썼으며 누구의 지도를 받았습니까?” 하며 인터뷰라는 것을 히는데 견디기가 힘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날의 화가 난 친구는 허 유 시인의 고교 1회 선배로 재수해서 들어온 진주 친구였다. 그 친구는 상대 졸업후 서울은행에 입사하여 서울은행 진주지점장을 거친 은행인이었다. 허 유 시인이 상과대 4학년에 오르는 신학기 입시에서 진주고등학교 3년 후배 강인호가 서울대 전체 수석을 차지하여 같은 상대 선배이면서도 어깨가 우쭐 우쭐 모교 사랑하는 마음이 하늘을 치솟을 듯했다고 말한다.

허 유 시인에게는 잊을 수 없는 대학의 은사들이 있었는데 그 중 경제과 부기, 회계 권위자 이해동 교수가 그 한 분이었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이교수님은 공인 회계사 시험을 보라고 권장하셨다. 그 말씀을 따라 허 유 시인은 졸업후 8년에 이 시험에서 두 번째만에 합격증을 받아 들었다. 이 일을 좀 하다가 한국투자금융에 응시하여 25년간 근무했다.

서울 상대 선배인 천상병은 상대 4학년 말기에 들자 지도교수가 “자네 시만 써서 먹고 살기 힘드니까 한국은행에 가서 일하면서 시를 쓰는 것이 좋을 거야. 마침 내게 추천서가 와 있으니 생각 좀 해보시게” 했었다. 그러나 이미 한국 시단에 등장하여 기운이 하늘을 뻗어오르던 천상병은 지도교수가 문학의 그 외길을 무시했다 하여 귀를 씻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그리고 서울대를 자퇴해버렸다는 것이다. 허 유 시인은 이 말을 지나가는 말로 들었지만 듣지 않은 걸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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