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코로나19 사태에서 생각하는 대학교육 혁신
[아침논단]코로나19 사태에서 생각하는 대학교육 혁신
  • 경남일보
  • 승인 2020.04.0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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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경상대학교 총장
경상대 앞 가좌천변 벚나무들은 여느 해와 다름없이 연분홍 고운 꽃을 피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상춘의 즐거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다르다. 마음 한구석에 커다란 공허감이 매일 매일 느껴진다. 이유는 다름 아닌 교정의 고요함 때문이다. 여느 해 같으면 신입생들의 활기찬 발걸음과 웃음과 대화로 떠들썩해야 하는 교정이 그저 고요할 뿐이다. 대학 캠퍼스에 학생이 출입하지 않으니 아직도 겨울방학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봄꽃들이 적막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준 것 같다. 이 모든 것은 코로나19로 인하여 파생된 비대면 재택 수업의 등장 때문이다.

학생들은 비대면 재택 수업의 질에 대하여 불편을 호소하고 각종 대학 시설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데 따른 불만을 드러낸다. 정상적으로 등교했더라면 누렸을 여러가지 교육 프로그램들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낸다. 또한 교수들은 동영상 강의, PPT에 음성을 입힌 특별한 형태의 강의 등을 준비하느라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많은 교수들은 아직까지 이러닝(e-learning) 강의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감염증의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비상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많은 대학이 휴업을 선언했으며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교육도 비정상적이다. 이러한 미증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교육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지만 한편으로는 대학교육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환난 극복 과정에서 대학교육 방법과 시스템에 대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대학이 대학일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이 바로 대학교육을 혁신해 갈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통신이 한층 발달하고 융·복합 학문이 중요시되는 시점에, 필요하다면 정보·통신을 이용하는 온라인 강의를 더 많이 도입하는 계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학생들이 두 가지 이상을 전공하도록 허용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를 포함한 10개 거점 국립대를 연합대학(가칭 KNU-10)으로 만들어 두 개 정도의 대학에 동시에 등록하여 강의를 듣도록 허용할 수도 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서도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IT강국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는 매우 간단하고 쉬운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려면 먼저, 2019년 교육부가 20% 이내의 강의만 허용한 ‘동영상 강의의 제한’을 철회해야 한다. 비대면 재택 수업 결정 이후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충분하고 만족할 만한 정도로 제공하기 어려웠던 데는 이 같은 배경도 작용했다. 대학의 학점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전공, 선택, 교양을 몇 학점 이상 수강하고 졸업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해야만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비대면 재택 수업이 대학 교육의 기본 시스템을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수준에 걸맞도록 개선해 나가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혁신’, ‘교육혁신’의 중요한 아이디어가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지금의 이 어려움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전혀 새로운 시간을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초·중·고등학교의 교육 시스템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혁신해 나가는 기회로 삼는 것은 물론, 특히 대학교육 혁신을 새로운 시각과 차원에서 접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다음을 대비하는 기회와 희망으로 이끌어 주었다. 경상대 앞 가좌천변 벚나무 길을 거니는 우리 학생들, ‘볼래로’ 문화거리에서 젊음과 열정을 만끽하는 우리 학생들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이상경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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