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와 연대의 힘으로 극복하자
봉사와 연대의 힘으로 극복하자
  • 한중기 논설위원
  • 승인 2020.04.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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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며칠 전 진주를 찾은 필리핀 교민 가족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필리핀 당국이 수도 마닐라를 포함해 루손섬 전체를 봉쇄하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외국인 출국조치를 취해 지난 달 19일 마지막 항공편으로 가까스로 필리핀을 벗어나 한국으로 돌아온 교민가족이다. 다행히 귀국 후 가족 모두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걱정이 한둘 아니다. 맨몸으로 탈출하다시피 고국에 돌아오는 바람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가족이 진주를 찾은 것은 필리핀 현지인들의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월 12일 필리핀 마닐라 남부 따알 화산섬 폭발로 인근 따가이따가이 지역이 폐허가 됐다. 15㎞가 넘는 높이의 거대한 화산재가 인근 마을을 뒤덮어 버리고, 곳곳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들이 붕괴돼 수만 명의 삶이 생지옥으로 변했던 곳이다. 평소 국제봉사활동을 통해 서로 교류하던 지역이라 화산피해 소식을 전해들은 진주지역 국제로타리클럽 회원 몇 분들과 함께 구호활동을 다녀온 적 있다. 현지를 찾아 생필품을 비롯한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폭설처럼 쌓인 시커먼 화산재를 제설작업 하듯 치우며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다. 호숫가 축사에서는 차들어 오는 물을 피하지 못하고 화산재를 뒤집어 쓴 채 죽어가는 가축들을 하릴없이 바라만 보던 주민들의 안쓰러운 표정에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 지역 주민들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제 다소 간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전해왔다. 자원봉사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 와중에 맹위를 떨치던 ‘한국의 코로나19 확산’ 뉴스를 접하고 가만있지 않았다. ‘필리핀이 어려울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던 한국을 조금이나마 지원하자’고 뜻을 모았다. 십시일반 모금활동을 벌였다. 너나 할 것 없이 동참해 따가이따가이 지역이 포함된 바탄가스 지역에서 5000달러를 모아서 한국에 전달하기로 했다. 현지 사정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뜻을 같이한 필리핀 4개 지구 국제로타리클럽 회원들은 이 성금을 포함해서 1만7000달러를 모았다. 성금은 진주의 국제로타리 3590지구에 보내졌고, 그 분들의 숭고한 뜻과 함께 대구·경북지역으로 전달됐다. 이들은 특히 “화산피해 복구지원에 도움을 준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코로나19 극복노력에 다함께 힘을 모으자”는 마음을 인편으로 전해왔다.

자원봉사가 또 다른 자원봉사를 낳은 것이다. 자원봉사는 결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함께 나누는 것이며, 누구든 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봉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진다. 자원봉사는 이제 다양한 트랜드에 창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원봉사가 문화화 되었을 경우 보다 강력하고 보편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거대한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자원봉사의 힘이 발현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사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고 있는 주된 동력은 자원봉사의 힘이다. 정부와 방역 당국의 서투른 초동대처가 뒤늦게라도 제대로 바로잡힌 것 역시 자원봉사의 힘이 컸다. 생업을 뒤로하고 대구·경북으로 무조건 달려간 의료인과 위험을 무릅쓰고 기꺼이 방역활동과 체온측정에 참가하고 있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온 국민의 자발적인 온정의 손길과 마스크 양보, 착한 임대인 운동 같은 능동적인 봉사의 실천이 철옹성 같던 코로나19를 조금씩 허물어 가고 있다. 멀리 바다 건너에서 보내 온 인류애의 실천에 공감하면서 봉사와 연대의 힘으로 코로나19를 하루 빨리 퇴치했으면 한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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