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아포리아 시대
[천왕봉]아포리아 시대
  • 한중기 논설위원
  • 승인 2020.04.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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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만에 140만 명이 감염되었고, 8만 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국내서도 감염자가 1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가 2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역사는 이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우월감에 젖어있던 유럽과 미국발 뉴스는 최악이고, 충격적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들이 터지면서 깜깜한 바다를 헤매는 난파선 형국이다.

▶철학용어 중에 ‘아포리아(Aporia)’라는 말이 있다. ‘길 없음, 어찌 할 도리가 없는 상태’로 풀이할 수 있다. ‘멘붕’ 보다 더한 것이다. 위기보다도 더 심각한 상태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비상사태에 빠진 지구촌의 지금 상황이 딱 그렇다. 어쩌다가 백신만을 학수고대 기다려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됐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아포리아 활용법은 어땠을까. 소크라테스는 대화의 상대를 아포리아 상태에 빠뜨려 무지를 스스로 일깨우게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포리아의 충격에서 철학이 시작된다’고 했다. 플라톤은 아포리아 속에 빠진 자는 ‘질문 속에 놓이게 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깨어나게 된다’고 했다.

▶아포리아 시대를 벗어나려면 잠시 멈추고, 되돌아 봐야 한다. 숙고해야 한다. 난파선의 노를 무작정 저어서는 안 된다. 밤하늘의 북극성을 보면서 근본적인 좌표를 살펴야 옳다. 무엇보다 각자 자신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통치자는 ‘지혜’를, 수호자는 ‘용기’를, 시민들은 ‘절제’하는 각자의 의무에 충실해보자. 플라톤의 이상적인 ‘국가’로 가는 길처럼.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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