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간격 나란히…코로나도 못 막은 사전투표 행렬
1m 간격 나란히…코로나도 못 막은 사전투표 행렬
  • 연합뉴스
  • 승인 2020.04.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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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장병·의료진 등 ‘소중한 권리’ 행사…투표율 최고치 기록
질서 있는 모습으로 투표…길이 48㎝ 비례 투표지에 유권자들 ‘당황’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5총선 사전투표가 10일 전국 3천508개 사전투표소에서 시작됐다.

출근길과 점심시간에 짬을 낸 직장인부터 투표권을 얻은 만 18세 유권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 군 장병, 감염병 방역 최전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의료진 등 모두가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다.

유권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련된 1m 이상 거리두기 등 절차를 빠짐없이 지키며 차분하게 투표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길이가 48㎝가 되는 비례 투표용지를 받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 코로나19, 선거 풍경 바꿨지만 투표 열기 더 뜨거워

코로나19 사태로 투표소 분위기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유권자들은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와 장갑을 단단히 착용하고 차분히 투표했고, 사전투표사무원은 얼굴 전체를 가릴 수 있는 투명한 안면보호구까지 쓰며 서로를 배려했다.

오전 일찍 남편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경모(60·제주)씨는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투표 시 마스크와 비닐장갑 착용이 필수인 사항은 언론 보도를 통해 미리 알고 있어서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투표소에서는 깜빡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온 유권자가 티슈(화장용 화장지)를 받아 투표 내내 마스크 대신 티슈로 입을 막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백발의 70대 노부부는 이른 아침부터 제주시 한라체육관 로비에 마련된 오라동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에 참여했다.

김모(76)씨는 “나이를 먹었어도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며 “사전투표제도가 있어 미리 투표도 하고 좋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죽을 때까지 투표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에서는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마스크를 쓴 유권자들은 상대방과 1m 이상 떨어져 줄을 선 후 발열 체크→손 소독→비닐장갑 착용→신분 확인→투표 절차를 비교적 잘 지키며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이날 전국의 3천508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다소 번거로운 절차에도 별다른 이의 없이 차분하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투표에 임했다.

첫날부터 유권자들 발길이 이어지면서 투표소마다 긴 줄이 늘어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투표율은 8.4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사전투표가 적용된 전국단위 선거의 동시간대 투표율 중 최고치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사전투표에서 4천399만4천247명의 선거인 중 373만5천351명이 투표를 마쳤다.

◇ 코로나19 의료진, 군 장병 등도 한 표‘…만 18세 유권자 ’첫 투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머무르는 대구·경북지역 생활치료센터 내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는 안전수칙 준수에 특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특히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내 중앙교육연수원, 경북 경주 농협교육원 등 생활치료센터 6곳에는 특별사전투표소가 설치돼 확진자와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경증 확진자 82명과 의료진 80명이 머무르고 있는 중앙교육연수원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투표가 시작됐다.

확진자와 의료진은 각각 숙소로 사용하는 건물 현관 입구에 마련된 기표소를 찾아 대인 방역기를 통과한 뒤 선관위에서 준비한 가운과 마스크, 장갑 등을 착용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휴가·외출·외박 통제로 영내에 머무르다 48일 만에 영외로 나온 장병들도 눈에 띄었다.

육군훈련소 훈련병들로 온종일 붐빈 충남 논산 연무문화체육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조교들은 훈련병들이 1m 간격을 유지하도록 주의를 주며 이동시켰다.

이곳 선관위는 군인과 주민이 사용하는 투표소를 따로 마련해 여러 명이 한 곳에 붐비는 것을 차단했다.

전날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가진 만 18세 유권자의 모습은 찾기 힘든 와중에도 누구보다 먼저 권리를 행사한 유권자가 눈에 띄었다.

오전 7시 30분께 경남 거제시 고현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한 김모(18)양은 “생애 첫 투표를 빨리 기념하고 싶어 아버지와 함께 사전투표소를 찾았다”며 밝은 표정으로 투표했다.

정소현(18·강원 춘천)양은 “우리의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투표인만큼 이번에 갖게 된 선거권은 제게 ’특별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 길이 48㎝ 비례 투표지에 일부 유권자 ’투표 포기‘

투표용지에 빼곡히 적힌 정당 이름만 35개에 달하면서 비례 투표에 어려움과 불편함을 호소한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일부는 비례 투표를 아예 포기하거나 사무원에게 투표 방법을 묻고 다시 투표하기도 했다.

강모(58·광주)씨는 “비례대표 정당이 너무 많고 칸도 좁아서 정해진 칸 안에 기표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모(40·경기 용인)씨도 “뉴스를 보고 마음의 정리를 하고 나왔는데도 정당이 많아 헷갈렸다”며 “나이 든 어르신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당에 제대로 투표하기가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40대 유권자는 “투표용지가 긴 데 반해 투표함 테이블은 짧아 똑바로 놓으면 아래로 흘러내렸다”면서 “용지 아랫부분에 적힌 정당들의 이름은 보이지도 않았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사무원으로 나온 한 공무원은 “어르신들이 정당이 너무 많고, 정당이 어딘지도 잘 모르겠다며 아예 비례 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비례 투표지를 내지 않는 분들은 안내해 드리고 다시 투표하도록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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