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으로 다시 온 소설가 카뮈
우리 곁으로 다시 온 소설가 카뮈
  • 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20.04.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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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제겐 빵만큼이나 고독이 필요했습니다”는 카뮈가 그의 스승 장 그르니에게 보낸 1959년 5월 8일자 편지의 한 구절이다. 몇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나서면서 이 고독의 공간을 찾아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을 이리저리 돌아다닌 적이 있다.

마르세유를 중심으로 아비뇽, 엑상 프로방스, 아를에서 세잔느와 고흐의 흔적들을 더듬어 봤다. 그 때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루르마랭을 특별히 방문한 것은 오로지 카뮈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루르마랭은 만년에 카뮈가 살았던 곳이자 지금은 그의 묘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카뮈와 그르니에의 편지’ 속의 ‘고독과 자유’의 흔적이 고스란히 간직된 곳이라 그들을 흠모해온 나로서는 참으로 가슴 설레는 방문이었다.

왜, 카뮈를 이야기 하는 것일까?

그동안 우리에겐 멀게만 느껴졌던 프랑스 소설가 카뮈가 요즘 다시 우리 곁으로 소환됐다. 근래 교보문고나 예스 24의 주간 베스트 10에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빠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세태의 변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명작을 다시 읽게 한 것이다. 비극 속 일말의 행복이기도 하다. ‘페스트’는 “4월 16일 아침, 의사 베르나르 리외는 자기의 진찰실을 나서다 쥐 한 마리를 발견했다”로 시작한다. 이 쥐 한 마리가 엄청난 재앙의 시작이 되고, 불과 열흘 뒤에는 몇 천 마리의 쥐가 수거되면서 5개월 후인 9월에는 도시 전체가 페스트가 창궐하는 도시로 바뀐다. 이처럼 엄청난 재앙이 덮친 해안도시 오랑과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소설 ‘페스트’이다.

그러면 소설 ‘페스트’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째, 혼돈과 공포 속에서도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민낯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설 속 코타르라는 사람은 공동체의 위기를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범죄자다. 마스크 사재기, 공포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이리저리 함부로 돌아다니는 자가격리자들은 현대판 코타르이다. 반면에 주인공인 의사 리외는 영웅이기를 거부한 채 묵묵히 자기 일을 처리하는 숭고한 박애주의자의 모습이다. 코로나 현장에서 혼신을 다하고 있는 일선 의료인, 공무원, 봉사자들이 바로 주인공 리외인 것이다.

둘째, 카뮈가 불러내는 흑사병 페스트가 현대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당시 카뮈에게서 페스트는 전쟁과 전체주의로 대표되는 압제의 사회였으리다. 오늘날 글로벌 사회도 마찬가지다. 전쟁과 테러, 불평등과 양극화가 가져온 위기와 분노의 사회가 또 다른 페스트로 존재하고 있다.

셋째, 페스트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인간의 자만 속에 깊이 숨겨져 있다는 메시지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페스트균은 없어지지 않고 주변의 사소한 물건들 속에 숨어 있다가 사람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다시 쥐들을 불러낸다고 표현한 것과 같다.

그렇다. 작금의 코로나도 교만한 현대사회에 가져다 준 또 하나의 ‘죄와 벌’이다. 바이러스 앞에는 차별이 없다. 부자도, 왕족도, 고관대작도 생과 사를 피해갈 수 없다. 오히려 이른바 강대국들이 더 참혹하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코로나 전쟁은 우리 현대사회가 한없이 겸손해져야 함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前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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