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피오의 눈물
스키피오의 눈물
  • 조문환 (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협)대표)
  • 승인 2020.04.15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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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환/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협)대표
조문환

오늘 조간신문이 배달 될 시간이면 어떤 이는 환호를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그 중 300명은 꽃다발에, 축하 전화에, 방문객에 어지러울 정도로 행복과 환희에 젖어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수 천 명에 이를 낙선자들과 그의 가족과 후원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가슴을 치며 한탄하고 있을 것이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낙선자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보내드린다.

하지만 승리했다고 너무 기뻐말자. 패했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자. 벚꽃은 불과 10일이면 떨어진다. 끈질기게 오래가는 백일홍도 정작 100일도 못 간다. 내 짐작에 가장 오래가는 꽃은 해당화다. 그래서 ‘해당화 피고 지는’노래도 있다. 권력은 무상함의 상징이다. 굳이 먼 나라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전직대통령 두 명이 영어의 몸이 되어있다. 이에 어떤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인류역사상 불멸의 제국이라 할 페르시아, 바벨론, 로마제국도 결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초기 로마제국과 사활을 걸었던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자칫 로마를 일찌감치 지구상에서 없애버릴 순간이 있었지만 결국 패했다. 한니발 전쟁이라고 할 2차 포에니 전쟁 자마전투가 결정적이었다. 한니발 전쟁 후에 로마는 카르타고의 부활을 막기 위해 수도 카르타고를 파괴하고 모든 시민은 해안에서 15㎞ 떨어진 육지로 이주할 것을 명령했다. 바다를 주 무기로 삼았던 카르타고로서는 사지가 잘리는 치욕적인 일로 여겼다. 결사항전을 했으나 결국은 패망하고 말았다. 700년 역사의 불사조 같은 나라가 한 줌의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3차 포에니전쟁의 로마 장군은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였다. 그는 카르타고가 불타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이를 지켜보고 역사에 기록을 남긴 사람은 그리스인 폴리비오스였다. 번성하는 자는 ‘반드시’ 쇠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이었다. 스키피오는 폴리비오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는 과거 영화를 자랑했던 제국의 멸망이라는 위대한 순간을 목격하고 있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언젠가는 우리 로마도 이와 똑 같은 순간을 맞이할 거라는 비애감이라네” 그러면서 스피키오는 폴리비오스의 손을 꼭 잡았다. 나는 약속 할 수 있다. 승리한 승자나 다수당을 차지한 당이나 할 것 없이 오늘의 승리가 영원한 승리가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당도 저들처럼 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눈물 흘리는 승자나 다수당이 있다면 나는 물론이고 자손 대대로 그 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오늘따라 스키피오의 눈물이 그립다. 이 아침에.

조문환/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협)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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