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07)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07)
  • 경남일보
  • 승인 2020.04.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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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시 ‘진주’로 널리 알려진 서울상대 출신 허 유 시인(4)
이번에는 그 대표작 ‘진주’를 읽어볼까 한다. “팔도강산을 다 돈 끝에/ 진주에 와 닿으면/ 그때부터 여행의 시작이다// 팔도강산을 다 돌아보려고/ 맨처음 진주에 와 닿으면 이젠 여행의 끝이다// 새벽잠 끝에 정수리에 퍼붓는 냉수 한 바가지,/ 진주에 와 보면 / 그렇게 퍼뜩 정신이 들고 마는 것을 안다// 또 진주에 와 보면 /잘 이겨내는 것을 안다/ 어떠한 철근 콩크리트도 /무지막한 쇠바퀴도 /영혼을 갉아 먹어 배부른 악담도 / 이 가녀린 南道육자배기 가락이 잘 이겨내고 마는 것을 안다.// 진주땅 골목길에 숨어 있는 / 풋풋한 우리나라 토종공기까지 한몫 거들어서 / 또는 탱자나무는 탱자만한 힘까지 한몫 거들어서 / 그자들을 이겨내어 쫓아버리는 것을 안다.”(허 유 ‘진주’ 전문)

아. 진주가 어떤 도시이기에 정신이 드는 곳으로 본 것일까? 정신을 살리고 악담을 쫓아보내고 막무가내 힘으로 불의를 밀어붙이는 세력을 무력화시키는 곳일까? 진주는 남강이 흐르고 목숨을 버린 애국자가 혼으로 뜨는 곳, 불의가 쫓겨갔고 왜적이 혼쭐이나 도망갔고 농민을 애먹이고 백성에 가렴주구로 군림했던 관리들에게 눈부릅뜨고 달겨들어 끌어내린 곳이고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평등의 지역이라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주체, 호의, 평등이 대체로 진주 사람들의 정신으로 요약된다.

허유 시인은 상과대에 가서 부기학 내지 상경제학에 전념했었는데 어찌 이런 인문학적 사고 내지 정신적 가치를 따져 볼 수 있다는 것일까? 하긴 진주출신이자 세계적 경영학자로 ‘구루’로 ‘선생’으로 알려져 있는 김위찬 교수를 기억하는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그가 낸 최근의 저서 ‘블루오션 시프트’에 놀랍게도 블루오션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시인 휘트먼의 시를 인용했다. 이야기에 들기 전에 김교수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볼 필요를 느낀다.

그는 2005년 르네 마보안교수와 공동 집필한 ‘블루오션 전략’으로 전세계 경영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우리나라 등 세계 30여개국 등에서 베스트 셀러에 올랐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최고의 경제 경영서’, 아마존닷컴에서 ‘최고의 경제경영서’ 등에 선정되었다. 김교수는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 50인의 목록인 ‘더 싱크스 50’ 2위에 올랐다. 김교수는 EU공동체 인시어드 대학원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블루 오션’ 2탄인 ‘블루오션 시프트’를 발간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김위찬 교수는 개천예술제 초대 사묵국장을 역임한 시인 김동렬 시인의 둘째 아들이고 진주중학교를 다녔는데 경남일보 하종갑 전임국장과는 동기였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 그가 쓴 ‘블루오션 시프트’의 서문을 읽어 본다.

“미국의 시인이자 수필가인 월트 휘트먼은 자신의 시 ‘오! 나여! 오, 삶이여!’에서 인간의 삶을 정의하는 고난과 시련에 대해 깊이 성찰했다. 그는 이것들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오, 나여 오, 삶이여!’라고 물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건 집단적으로건 우리 모두가 인생이라는 역정의 드라마에 한 줄을 보태려고 한다는 그의 대답은 결코 우리 머릿속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인생은 사실 고난과 시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우리 인생이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 밖에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존재 그 자체로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 시가 됨으로써 인생의 여정 그리고 인생의 아름다움에 약간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신의 시는 어떤 모습일 것인가? 우리의 시는 또 어떤 모습일 것인가? 우리는 학자로서 연구에 정진하는 과정 속에서 결코 이 질문을 멈춘 적이 없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기 원하는가? 이 세상이 좀더 나아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생이라는 역동적인 드라마에 작은 시 한 편을 얹어 놓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떤 이야기에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인가? ”

김 교수는 그 뒤에다 “우리 두 연구자는 우리가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시를 선택했다. 우리는 모두가 새로운 경계와 각자 자신만의 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썼다. 경영이나 산업이나 인간이 중심이고 개성이 남다르고 자신만의 시 만들 둣이 자기 가치 고유의 상표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경영학자가 경지에 오르고 나면 이론이 실천이 ‘자신 만의 시’로 돌아오는것일까? 허 유 시인도 경제학도가 그 이전에 자신만의 시, 진주만의 시, 고향의 시, 귀향의 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인가? 일단 물음을 던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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