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인의 해맑은 웃음
시각 장애인의 해맑은 웃음
  • 경남일보
  • 승인 2020.04.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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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수필가)
윤리와 도덕이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타산적인 게 아니라 감상에서 솟아난 살아있는 꽃이며 열매는 아닐까? 사람들은 모든 것 다 가질 순 없는데도 무엇을 하든 무의식적으로 탐욕스런 목적의식에 의해 밝고 따스한 웃음을 잃어버린 채 조정되어 갈 수 있지만 두 눈을 볼 수 없음에도 늘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시각 장애인을 볼 때마다 행복조차도 무소유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시각 장애인이지만 인생이란 길을 진솔한 마음으로 밝고 티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아름다운 삶의 이력서를 쓸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는 걸까? 신의 자비로움일까? 맑고 환한 웃음은 우리를 깊이 감동 시키며, 누구나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되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보면 부끄러운 자신의 삶을 통회(痛悔)하며 지나온 때 묻은 삶의 자국까지 참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두 눈이 멀쩡하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많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었는가, 그런데도 불만스러워하고 미소 띤 얼굴은커녕, 늘 찡그린 그늘에 덮여 있다는 게 참으로 부끄러울 뿐이다. 그는 우리와 함께 등산을 하면서도 삶을 풀어놓고 즐겁게 살아가는 법도 일깨워 준다. 아니 그가 진실로 아름다운 건 상처진 삶에서 고뇌와 고통을 헤치고 나온 아름다운 진주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볼 수 없는데도 행복한자는 천국이 자기 것이라는 말도 옳다고 느껴진다. 아마도 그는 천국의 주인이며 소유자일지도 모른다. 행복이란 실질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소유하는 것 아니던가. 행복은 매우 철저하게 주관적이며 또한 원형이 없으므로 물과 같이 자기 그릇에 담는 사람의 것이 되는 것이며, 찾지 않는 자에게 행복은 절대로 찾아가지 않는다. 모름지기 자신의 영혼이 훌륭하다고 느낄 수 있는 건 행복과 감동이지만, 우릴 감동시키고 변화시키는 건 그가 살아온 삶의 깊이와 넓이에서 피어난 해맑은 웃음이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건 인간 본질적 모습이지만, 시각 장애인의 밝은 표정만은 혼을 담은 한 폭의 그림처럼 천상의 음악으로 승화시켜, 무욕의 욕심으로 삶의 본 보습을 깨닫고 아름다움을 싹틔우게 한다.

이석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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