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자료로서의 사진
학습 자료로서의 사진
  •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 승인 2020.04.2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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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광학적 방법으로 감광 재료면에 찍어 낸 물체의 영상’인 사진(寫眞)은 귀중한 사료적 가치는 물론 뭇 사람들의 감동이나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그래서 COVID-19 사태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선 사진이나 얼굴 곳곳에 반창고를 붙인 의료인의 사진은 훗날 2020년 봄날의 풍속을 대표하는 자료가 될 것이다. 이 사진이 근자의 학교 온라인 수업의 좋은 학습 자료가 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교사가 전달하려는 학습 내용을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1970년 12월 7일, 바르샤바 전쟁희생자 비석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는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의 사진은 진정한 사과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면서 사과의 진정성을 확인하게 해 준다. 이는 자신들의 만행에 대해 추호의 반성이나 사과하지 않는 일본의 비인간적인 작태를 고발하거나, 아니면 보편적 인간됨인 수오지심(羞惡之心)을 가르치는 교육적 자료로 가치가 크다.

빈 라덴 제거작전이 펼쳐진 2011년 5월 1일 오후 4시쯤,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상황실에서 정복을 입고 작전을 지휘하는 합동특수작전사령부 브래드 웹 준장에게 정중앙 자리를 내준 채 옆에 쪼그려 앉아 빈라덴 사살작전 영상을 주시하고 있는 사진이 있다. 점퍼 차림을 한 그의 표정에서는 심각하면서도 초조한 듯한 기색이 느껴지긴 하지만 지도자의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런가하면 인도를 국빈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7월 9일 오후, 인도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했었다. 모디 총리와 이재용 부회장 등과 기념 촬영한 사진과 테이프커팅엔 앞줄 10명 중 이 부회장은 왼쪽 3번째에 서있다. 중앙의 문 대통령의 왼쪽으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섰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 왼쪽에 홀로 공손히 손을 모으고 서 있다. 행사 주최자인 ‘호스트’ 이재용 부회장 대신 ‘게스트’인 정부 인사들이 가운데를 차지했는데, 이는 ‘주객전도(主客顚倒)’를 가르칠 때 사용하기 딱 좋은 사진이다. 한 번 찍히면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사진, 조심스럽게 구도를 짜야할 것이다.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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