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기후변화, 6차 대멸종 가져올 수도
[과학칼럼]기후변화, 6차 대멸종 가져올 수도
  • 경남일보
  • 승인 2020.04.2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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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가 첫 출현한 이후에도 소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했고 1만 2000년 전에 이르러서야 ‘완전하고 조화로운(Holo)’ 시대(cene)라는 뜻의 ‘홀로세(Holocene)’에 진입했다. ‘홀로세’ 진입 이후 기후변동성이 적었기에 인류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 계절을 예측하고 농경을 통한 정착생활을 하게 됐다. 농경생활은 인류에게 농산물의 생산을 증대시켜 지금의 문명을 이룩하게 되었지만 이 모든 것이 파괴될 위기에 놓였다. 조그만 기온 상승도 인류에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구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5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가장 심각했던 2억 5000만년 전의 3번째 대멸종에서는 전체 생명 종의 96%가 사라졌고, 6500만년 전 5번째 대멸종 때에는 지구의 지배하던 공룡을 포함한 76%의 종이 사라졌다. 지구의 생태시계에 따르면 아직 대멸종이 올 때가 아니다. 환경과학자 피터 브래넌은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인위적인 활동이 “인류의 환경 파괴로 100년 안에 6번째 대멸종이 올 수 있다”며 “이 때 전체 생명 종의 7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2배가 될 때 지구 기온이 1.2도씩 올라간다. 이 때문에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선 지구의 온도를 산업혁명기와 비교해 2도 아래로 묶어 두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현재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기보다 이미 1도가량 높아진 상태이다.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300만년 전인 플라이오세 때의 온도가 산업혁명기보다 2도가량 높았다. 현재보다 1도 정도 더웠을 뿐인데 해수면이 지금보다 25m 높았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0%가 살고 있는 해안지대부터 침수가 시작된다.

작년여름 전 세계는 이상기후로 열병을 앓았다. 6월 프랑스 남부의 몽펠리에는 한낮의 기온이 45.9도를 기록해 기상관측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가장 추운 도시 중 하나인 알래스카도 지난 6월 최고기온이 32.2도을 기록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미래 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그러나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미래 세대가 겪을 재앙을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있다. 2015년 195개국 정상이 모여 파리 기후협약을 체결했지만 2017년 트럼프가 제일 먼저 탈퇴를 선언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협약 이행이 불투명해졌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상태를 만들어야 하지만 다수 국가들이 기후협약에서 약속한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을 뿐이다.

기후변화는 온실가스의 영향도 있지만 해류의 흐름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해류는 극지방의 차가운 물과 적도의 따뜻한 물을 순환시켜 지구의 온도를 조절한다. 그러나 이 순환이 멈추면 고위도 지방의 해수는 더욱 차가워지고 육지의 기온까지 떨어뜨린다.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 바다로 유입되면서 해수의 온도를 낮추고 바닷물의 염도를 떨어뜨리면 해수의 밀도가 변하게 된다. 차가운 물은 밑으로 가라앉고, 염도가 낮은 물은 수면에 머무르게 된다. 이런 고위도 지역 해수의 밀도 변화는 적도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멕시코 만류의 흐름을 방해하게 된다. 온난화가 ‘얼음 지구’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1만 2700년 전 북대서양의 ‘영거 드라이아스(Younger dryas)’ 시대 당시 유럽 지역은 한여름의 기온이 8~9도, 겨울에는 영하 20도 밑으로 내려가는 소빙하기가 1000년 간 지속됐다. 이처럼 소빙하기가 시작된 원인은 1만 4000년 전 경에 일어난 급격한 빙하 붕괴인 ‘해빙수 펄스(Meltwater Pulse)’의 영향이다. 지구 온난화가 빙하기 부를 수도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한번 시작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 온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최후의 한계점’인 2도 이상 오르면 ‘열실지구(hothouse Earth)’ 현상으로 인류와 지구 생명체 대다수가 파국을 맞는다. 이대로 가면 100년 안에 인류 대멸종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16세 소녀 툰베리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건강한 인류의 터전을 미래세대에게 넘겨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가장 큰 책임이자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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