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나들이[25]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나들이[25]
  • 경남일보
  • 승인 2020.04.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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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3)
지난 이야기까지 두 차례에 걸쳐서 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드렸습니다. 우리 삶이 돈과 떨어져 살 수 없을 만큼 가까워서 그런지 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이 아직도 많이 남았습니다. 지난 이야기 때 모갯돈 이야기를 하면서 ‘목돈 마련 저축’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이 ‘저축’과 아랑곳한 토박이말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저축’은 한자말입니다. 말집인 사전에는 ‘저축’과 뜻이 비슷한 토박이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축’이 ‘아껴서 또는 절약해 모아 둠’이라는 뜻을 생각해 보면 알맞은 토박이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바로 ‘여투다’입니다. 이 말은 옛날 어른들께서 많이 쓰셨기 때문에 어르신들 가운데 아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돈이나 물건을 아껴 쓰고 모아 두다’는 뜻을 가진 움직씨 동사니까 이름씨꼴 명사형으로 바꾸면 ‘여툼’이 됩니다. 이제까지 아무도 쓴 적이 없지만 ‘저축’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여툼’을 떠올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은행이나 우체국에 가서 돈을 맡기는 일. 또는 그 돈을 가리키는 말로 ‘예금’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런데 이 말도 조금만 생각하면 얼마든지 쉬운 토박이말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예금하러 간다”는 “돈 맡기러 간다”라고 하면 될 것이며 “예금 찾으러 간다”는 “맡긴 돈 찾으러 간다”고 하면 될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예금’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도 ‘돈 넣으러 간다’, ‘돈 찾으러 간다’고 하는데 좀 더 똑똑하게 말을 하자면 ‘돈을 맡기러 가는 것’이고 ‘맡긴 돈을 찾으러 가는 것’이지요. 이렇게 풀어서 말을 하면 굳이 ‘예금’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돈을 맡겨 놓으면 ‘이자’라는 것이 붙습니다. 옛날에는 이것이 좀 많아서 돈을 맡겨 둘 맛이 났다고 하는데 요즘은 이것을 보고 돈을 맡기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이자’와 비슷한 뜻을 가진 토박이말이 바로 ‘길미’입니다. 말집 사전에 ‘이자’를 찾으면 ‘남에게 돈을 빌려 쓴 대가로 치르는 일정한 비율의 돈’이라는 풀이와 함께 ‘길미’로 다듬어 쓸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길미’를 찾으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이라는 뜻으로 쓰는 ‘이익’과 같은 말이라고 풀이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이자’, ‘이익’은 자주 듣고 봤지만 이 ‘길미’는 처음 듣거나 보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우리 삶과 멀어져 버린 토박이말을 이렇게나마 알려 드려서 우리 삶 속으로 데리고 와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길미’라는 말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 말밑을 어림할 수 있습니다. 돈을 은행에 맡겨 두면 돈이 늘어나는 데 이것을 흔히 돈이 길었다고 합니다. ‘길다’의 ‘길’에 이름씨꼴 씨끝 ‘ㅁ’이 붙은 ‘긺’에 ‘이’가 붙어 ‘길미’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럴듯한 풀이가 됩니다.

이것뿐이 아닙니다. ‘금액’은 ‘돈머리’고 ‘계좌’는 ‘돈자리’입니다. ‘돈자리’를 말집 사전에서는 ‘북한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지만 갈라지기 앞에는 두루 쓰던 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선금’은 ‘앞돈’ 또는 ‘민값’이고 ‘잔금’은 ‘끝돈’입니다. 어떤 목적이나 사업 행사 따위에 쓸 기본적인 자금 또는 기초가 되는 자금을 뜻하는 ‘기금’은 ‘밑돈’이고 일을 해 주고 받는 ‘임금’은 ‘삯돈’ 또는 ‘품돈’입니다. 품을 팔아서 삯으로 받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참으로 많이 쓰는 ‘단가’는 ‘낱값’이고 ‘국고’ 또는 ‘국고금’은 ‘나랏돈’입니다. 아직도 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이 남았지만 이것으로 줄이겠습니다. 알게 된 토박이말을 다 써 주시면 더 좋겠지만 하나라도 기억해 두셨다가 떠올려 써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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