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밀착 사회적 거리두기
24시간 밀착 사회적 거리두기
  • 김효남 (경상남도기후변화교육센터 팀장)
  • 승인 2020.04.23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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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남 (경상남도기후변화교육센터 팀장)

'코로나 19 이후의 거대한 변화’

얼마전 어떤 글에서 읽은 인상 깊었던 표현이다. 거대한 변화는 생활 속에서 작은 부분부터 체감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 중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재택근무와 원격교육의 확산이다.

그 확산이 필자에게도 영향을 미쳐 며칠 전 온라인상으로 교육에 참여하였다

예전에도 인터넷 강의는 자주 접했지만,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한 실시간 교육은 처음 있었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많은 변화가 나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 이었다.

글로벌 시장의 변화, 사회적 변화, 문화적 변화 등 그동안의 세상에서도 전혀 그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는 티핑포인트가 되어 말 그대로 “세상의 판세를 뒤짚어 놓으셨다.”

특히 경제분야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흐름과 변화를 파악하고 준비하지 못하면 생존과 존속에 치명적 영향이 발생할 것을 여러차례 경고하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눈 뜨고 귀를 열어두면서, 지금 나의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사회적 거리두기’ 그 무겁고 막중한 책임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었다.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제재가 없다고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작은 실천에 공감과 동참이 아직은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모든 경제활동은 멈추었고, 아이들의 학교 등교도, 학원 뺑뺑이도, 작은 만남의 약속도, 가능하면 멈춘 세상에서 필자는 아이들과의 밀착형 시간공유를 통해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그저 내 모든 영혼을 끓어 모아 사랑으로만 보아도 모자란 아이들.

그 아이들과 24시간 함께 생활을 하는 건 아이들이 스스로의 의지와 움직임만으로 이동할 수 없던 그 생후 4년,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을 시키고, 잠자리에 들 때 까지 내 모든 일상을 아이에게 맞추었던 그 4년후 처음이었다.

어린이집이라는 나름 아이들의 사회생활이 시작되면 엄마들이 그렇듯 일과 중 몇시간의 자유시간을 가지거나, 일을 하면서 24시간의 밀착은 마무리 되었으니….

그래서 아이들과 오롯이 24시간을 함께 하는 이 생경한 경험은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엄마로서 매 끼니를 먹이며 학교의 급식을 감사했고, 휴대폰과 혼연일체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하였다.

사춘기를 훌쩍 지나고 있는 아이들과 갱년기를 준비하고 있는 엄마 사이의 감정의 다리를 위태롭게 건너는 날도 있고, 세상 해맑은 표정과 애교로 묵은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보내주는 날도 있고, 오래된 사진과 영상을 함께 보며 너무 빨리 자라버린 아이들과 너무 빨리 나이들어가는 나에 대한 아쉬움, 그래서 남은 날들에 대한 소중함을 어떻게 더 사랑하고 추억할 수 있을지 다짐하는 시간을 주었다.

수입은 줄어들고, 한숨은 깊어지고, 늘상 돌아올 것 같던 진해벚꽃을 보지 못한 봄도 올해는 놓쳤지만 그럼에도 지금 자연은 그대로 그 시간만큼 피고, 지고, 자라고 있다.

필자도 , 우리의 이웃도, 지구에 존재하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모든걸 잃을 것 만 같은 어둠속에서 연두빛 생명들이 주는 생명의 움직임과, 늘 그렇게 엄마 보다 작을 것 같았던 아이들의 키가 엄마를 훌쩍 넘어, 자란 키 만큼 마음의 크기도 잘 크고 있는 이 순간을 알아차리고 감사할 수 있는 이 봄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김효남 (경상남도기후변화교육센터 팀장)

김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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