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에 대해
전화위복에 대해
  • 최명숙 (어린이도서연구회회원)
  • 승인 2020.04.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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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 (어린이도서연구회회원)
최명숙

 

코로나19의 역설, 건강해진 지구./ 바이러스로 인간이 멈추니 땅 울림 줄고, 하늘은 맑아졌다./신문1면을 장식한 머릿기사 제목을 보자마자 몸과 마음이 저절로 공감했다. “오호라~, 맞네. 맞아.(고개도 끄덕끄덕).” 코로나19의 전화위복이다.

우리가 ‘정말로 걱정해야 할 세계적 위험 다섯 가지’ 중 그 첫 번째가 ‘세계적 유행병’이라고 한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재앙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삶의 위기와 고통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 등장하는 의사 ‘리유’에게서 고통을 마주하는 인간다운 모습을 본다. 그는 그저 도덕적 양심을 좇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할 뿐이다. 회피하거나 달아나거나 순응하지 않고 ‘반항’한다. 삶의 의미와 성실한 삶을 통한 전화위복이다.

지금 교회는 텅 비었고/학교는 적막하게 닫혀 있네/들판의 곡식은 공연히 너무 영글었고/울창한 숲도 텅 비었네/마을과 타 버린 집들이/ 서 있을 뿐…./모든 것이 고요한데, 묘지만이/ 북적거리고 시끄럽네/끊임없이 죽은 자들을 날라 오고/산 사람들은 탄식하며/겁에 질려 신에게/그들의 영혼을 달래 주길 청하네!/

푸슈킨선집에 실린 ‘페스트속의 향연’ 이라는 시를 소리 내어 읽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애도’하고 현재의 일상을 ‘위무’하기에 제격이란 생각이 든다. 따듯한 무언가가 가슴 깊이 전해져 온다. 애도와 탄식과 비움을 통한 전화위복이다.

온라인 개학을 했다. 모니터가 칠판이고 댓글로 출석체크를 한다. 교육 3일째 되던 날, 온 집이 들썩일 정도로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렸다. 슬쩍 방안을 들여다보니 아들이 요가매트 위에서 몸풀기를 하고 있다. 양 손엔 1㎏짜리 아령 한 개씩을 들었다. 개학에 앞서 학부모로서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 교육을 위한 인프라 확충이며, 디지털 능력을 키우는 일이며, 인성 교육의 공백 문제 등등….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필수 자질인 어학능력과 다방면의 소통능력 만큼은 학교교육과 병행해서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희망도 있다. 온라인 체육시간을 보면서 생각했다. 다방면으로 진화하는 교육환경에 적응하고 조력자인 선생님과 공명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온라인 체육시간의 전화위복이다.

오늘의 주문(呪文)하나. ‘이 밥 먹고 남자 셋 모두 몸도 마음도 영혼까지도 내 편이 되어주면 참 좋겠다.’ (아들 말마따나 부엌은 마법의 장소고, 엄마가 마법사라면~.) 복(福)중의 복은 전화위복이 아닐까.

최명숙/어린이도서연구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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