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전격사퇴'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전격사퇴'
  • 손인준
  • 승인 2020.04.23 2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직원 성추행 논란으로 시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오 시장은 23일 부산시청서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숙여 사죄한다”며 “350만 시민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한사람에 대한 책임도 크기에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한 사람을 면담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시인하고 “그러한 신체접촉이 강제추행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신체접촉의 경중 여부를 떠나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시민들께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피해자 여성에 대한 참회의 심정도 거듭 밝혔다. “한가지만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다시 말을 이어간 오 시장은 “피해자 여성이 또 다른 상처를 받지 않도록 이 자리 언론인들을 포함해 시민들께서 보호해 달라.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다”고 사죄했다.

오 시장으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본 여성이 오 전 시장 측에 사퇴 사유에 추행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4월 말 이전 사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부산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4월 둘째 주 오 전 시장으로부터 ‘심각한 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피해 여성은 부산성폭력상담소를 찾아 피해를 알렸고, 상담소는 오 전 시장 측 정무 라인에 사실확인을 요구했다.

오 시장은 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또 시 정무 라인을 통해 피해 여성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피해 여성은 자신의 피해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4월 말 이전 사퇴할 것과 사퇴 이유에 ‘강제 추행’ 사실을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피해자와 상담소는 이런 두 가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문서를 작성한 뒤, 매뉴얼에 따라 오 시장 측이 약속을 어길 것에 대비한 조치도 해뒀다.

오 전 시장으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본 여성 A 씨는 이날 오후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번 사건으로 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렸다”고 밝혔다.

A 씨는 “저는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입니다. 어느 사람들과 월급날과 휴가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며 “이달 초 업무시간 처음으로 오 시장 수행비서 호출을 받았고 업무상 호출이라는 말에 서둘러 집무실에 가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오 시장 기자회견문 일부 문구에도 유감을 표했다. A씨는 “그것에서 발생한 일에 경중을 따질 수 없고 명백한 성추행이었고 법적 처벌을 받는 명백한 성추행이었다”며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등 표현으로 제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칠까 두렵다”고 말했다. A 씨는 또 “이번 사건과 총선 시기를 연관 지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정치권 어떠한 외압과 회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사퇴함에 따라 부산시정은 변성완 행정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으로 이끌게 됐다. 오 시장 취임과 함께 시청에 입성한 정무 라인도 일괄 사퇴할 예정이다.

이날 오 시장의 사임통지서가 부산시의회에 제출됐다. 부산시의회는 오전 11시 30분께 오 시장의 사임통지서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부산시의회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사임통지서는 접수된 날로부터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부산시로부터 시장 궐위 통보문이 공식 도착하면 보궐선거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오 시장 사퇴가 확정되면 보궐선거일은 내년 4월 7일이 된다.

선관위는 내년 3월 8일 이전에 사퇴 등의 사유로 시도지사, 광역 단체장 자리가 궐위(직위나 관직 자리가 빈 상태)되면 내년 4월 첫 번째 수요일인 4월 7일 보궐선거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장 예비후보 등록은 올해 12월 8일이며 공식 후보등록은 내년 3월 18∼19일, 선거운동 기간은 3월 25∼4월 6일까지 13일간이다. 
손인준기자 sonij@gnnews.co.kr



 
울먹이는 오거돈 부산시장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