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코로나19에서 얻은 교훈
[경일칼럼] 코로나19에서 얻은 교훈
  • 임규홍 (경상대 인문대학 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20.04.2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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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대 인문대학 국문학과 교수)
임규홍 교수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만산의 연초록이 시월 단풍보다 아름답지만 올해 연록산은 한없이 애처롭기만 하다. 봄이 이토록 아름답게 보이지 않은 적이 언제 또 있었던가.
금세기 가장 힘든 몹쓸 돌림병이 우리 인간을 덮치고 있다. 모두들 아우성이고 세계의 시계가 멈추어 선 듯하다. 상가는 텅 비었고 우두커니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의 뒷모습은 한없이 서글프다. 당장 하루를 살아내기가 힘들다. 경제는 붕괴 일보 직전이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은 일터에서 밀려나니 사랑하는 아이들의 눈만 애절하게 보고 있다.  죄 없이 가택 연금으로 묶여 살아야 하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모두가 우울하다. 그래서 우리 모두 집단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 그래서 ‘코로나블루’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재앙 속에서도 얻어내는 귀한 교훈도 있는 듯하다.
이번 재앙으로 우리가 그 동안 살아왔던 것들에 대한 고마움에 대한 깨달음이다. 
먼저, 아무런 대가 없이 그냥 내어주고 받아들이기만 하는 자연의 고마움을 깨닫는 기회가 아닌가 한다. 온전히 마음 놓고 함께할 곳은 오직 깨끗한 자연 뿐이다. 따뜻한 햇살이 그렇고, 산천 신록이 그렇고, 계곡물과 공기도 그렇고, 봄꽃들이 그렇다. 주말에 지리산 둘레길을 걸을 때마다 자연의 고마움을 절감하고 있다. 감사할 일이다.
또 감사할 일은 그 동안 잊고 살았던 가정과 가족의 따스함에 대한 고마움이다. 돌림병으로 밖에서 모임이나 단체 활동을 못하니 오로지 돌아갈 곳이라고는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는 가정밖에 없게 되었다. 만날 사람도, 만나 줄 사람도, 만날 곳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하는 새로운 가족 문화가 생겨나게 되었다. 지난 날 일에 쫒겨 같이 하지 못했던 아들과 딸과 부부가 새롭게 눈에 들어오고 대화가 많아졌다. 새로운 가족 사랑법을 만들어가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또한 감사할 일이다.
코로나가 남긴 또 하나 교훈은 모국에 대한 고마움이다. 지금 외국을 떠돌고 있는 우리 겨레를  따뜻이 받아 줄 곳은 바로 사랑하는 부모형제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인 조국이고 모국뿐이다. 모든 나라가 자국민 아닌 외국인은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 모국인을 데려오려고 전세 비행기까지 내어주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고마운가. 검사도, 치료도 무료로 해주는 이 나라가 얼마나 고마운가. 더 이상 헬 조선이라고 스스로 비난하고 자학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그 동안 잊고 살았던 대면 소통이 얼마나 고마운지도 깨닫게 되었다.  교육현장은 지금아우성이다. 이 시대 한 번도 겪지도 준비하지도 못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만나 말하지 못함의 힘듦은 비단 교육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닫힌 삶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고독한지를 알게 되었다. 이웃과 친구와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일상의  삶과 소통이 얼마나 감사한지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돌림병으로 깨닫게 된 또 다른 교훈은 이 재앙을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때로 개인의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림병은 자기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서 개인의 행동을 제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의 무분별한 행동은 수많은 이웃을 고통과 죽음으로 내몰게 된다. 이것은 죄를 짓는 일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이기적 삶에서 이타적 삶의 가치를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생명을 걸고 코로나19와 싸우면서 환자를 돌보고 살려내고 있는 의료진의 희생에도 감사할 일이다. 이 세상은 결코 나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공생이 아니면 공멸임도 알았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이 역병에서 우리는 그 동안 잊고 살아왔던 ‘범사에 감사함’을 깨닫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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