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세계경제가 흔들린다
코로나19 사태, 세계경제가 흔들린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4.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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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세균을 통해 전염되는 매독(syphilis)은 유럽에서 국가별로 부르는 명칭이 달랐다. 한스 로슬링이 쓴 베스트셀러 ‘팩트풀리스’를 보면 러시아에서는 폴란드 질병, 폴란드에서는 독일 질병, 독일에서는 프랑스 질병,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 질병, 이탈리아에서는 프랑스 질병이라고 불렸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병원체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는 전염병은 두려움을 낳고 혐오를 유발한다. 전염병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해지면 그 발원지와 경로를 추적하기 바쁘다. 그 발원지가 외국이라면 그 국가들과 국민을 기피하기 십상이다.

코로나19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과 물류의 이동뿐만 아니라 생산 활동에도 차질을 빚어 결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하면서 전 세계 소비시장의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의 이동과 중국 기업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중국의 GDP성장률은 6.1%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0년 1분기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2020년 연간 성장률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내 재택근무가 증가했고, 스타벅스의 중국내 4000개 매장 중 절반은 휴업중이다.

국내에서도 소비 심리가 위축되었음은 물론이고, 중국내에서 생산되는 부품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생산 활동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결국 전 세계 생산 네트워크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중국에서 생상 활동이 마비된 것은 전 세계 경제에 악재임이 분명하다. 1월 중순 서울 외환시장에서 1150원을 목전에 뒀던 원달러 환율은 돌발변수 출현에 급등하여 4월 초순에는 1200원을 훌쩍 넘었고, 위안달러 환율도 7위안을 넘나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사스창궐이 최고조를 향해 가던 2003년 3월 초 급등한 뒤 1200원을 두 달간 상회했다. 하지만 당시 외환시장은 사스의 독무대가 아니었다. 그 시기에 이라크전이 발발했다. 확전 가능성을 의식한 시장심리가 중첩되어 환율 상승에 탄력이 붙었다. 2003년 3월 20일 미국과 영국군이 이라크를 침공하자 원달러 환율은 당일에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당시 장중 최고치는 1264원이었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를 사스 때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상승했고, 전쟁도 없다.

금융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사스 당시 중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정책으로 단기 충격을 딛고 글로벌 경제가 강하게 반등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초기 단기 급락 이후 강세로의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시장의 온도는 확연히 다르다. 전 세계 구리의 절반 가까이를 소비하고 있는 중국 발 수급 충격이 만만치 않다. 구리 가격과 원유 가격은 연초 대비 각각 10%, 20% 안팎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제 금 가격(달러 표시 가격)은 5% 이상 상승하여 지난해의 최고점을 가뿐히 넘어섰다.

주식시장과 원자재시장에서 주식의 강세는 기술주 등 특정 테마가 주도한 탓도 있을 것이다. 또 중국 발 충격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으로 자본이 더욱 몰리면서 미국 증시를 더욱 밀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유로달러 환율이 3년래 최저치로 하락한 것도 미국으로의 자본 쏠림을 방증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이 전 세계 경제와 생산 네트워크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을 보면 주식시장이 성급하게 낙관론에 편승한 것이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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