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스리기
마음 다스리기
  • 경남일보
  • 승인 2020.04.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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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진주문협 사무간사)
나는 귀가 얇다. 남의 말에 쉽게 감정이 변하여 평정심을 잘 잃는다. 수량도 한정이고 마감도 임박하다는 쇼 호스트의 말에 채널을 멈추고 유심히 본다. 꽤 이름난 업체의 전기밥솥 광고다. 사용하고 있는 밥솥의 코팅이 벗겨져 밥을 지을 때마다 눈에 거슬려 온 터라 광고에 호기심이 더 간다. 어느새 신용카드를 끄집어내 전화기의 버튼을 누른다.

홈쇼핑 광고를 보고 있으면 솔깃한 말에 쉽게 현혹되어 물건이 사고 싶어진다. 하지만 급하게 사면 꼭 후회하게 된다. 한 달도 되지 않아 더 좋은 조건으로 판매가 시작된다. 제조사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신제품이 나와 있거나 더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알고 보면 모든 게 마케팅의 한 방법이다.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사람을 잔잔한 호수 같다고 비유한다. 평온함의 상징적 은유로 등장하는 호수는 항상 잔잔하기만 할까. 잔잔하던 호수의 수면도 바람이 불면 물결친다. 거세게 몰아치면 파도도 친다. 호수도 환경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데, 하물며 수많은 일에 부딪히는 사람의 마음이 늘 잔잔할 리 없다. 화가 나면 분노하고 기쁜 일이 있으면 즐거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 해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가 상대방을 밀쳤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적 있다. 상대 선수의 방해 행동에 흥분하여 평정심을 잃은 것이다. 리그의 순위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 손흥민의 징계는 팀의 전력에 엄청난 손실이다. 팀 전체의 손실을 생각할 때 빨리 평정심을 찾지 못함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었는지 알 수 있다.

폭발할 듯 요동치는 감정을 무조건 억눌러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는 선수 자신뿐만 아니라 팬들에게 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본연의 존재가치다. 중요한 순간 극적인 골을 넣은 축구선수나 역전 홈런을 친 야구선수가 도를 깨우친 큰 스님처럼 덤덤한 표정을 짓는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선수 본인은 물론이고 응원하는 팬들에게 재미만 반감시킨다. 기쁘거나 슬픈 감정을 무조건 숨길 필요는 없다. 잠시 표출했다가 빠른 평온을 찾아 이후 더 좋은 결과를 도모하면 된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나는 안타깝게도 쉽게 흥분하거나 반대로 감정을 다스린답시고 자신을 억압하는 실수를 범하며 살았다. 쉽게 흥분하는 것도, 억지로 억누르는 것도 자신을 괴롭히는 일인데, 어찌 자신을 괴롭혀 평온을 찾겠다고 생각했는지 참 어리석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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