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당신을 항상 자랑스러워 하는 남편이"
[기고]"당신을 항상 자랑스러워 하는 남편이"
  • 경남일보
  • 승인 2020.04.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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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진주요양원 원장)
우리 요양원 앞으로 후원금 55만 원이 입금되었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후원이 급감하던 차에 반갑고도 궁금한 누군가의 큰마음이었다. 감사 전화를 직접 걸었더니 글쎄 우리 직원의 남편이었다. 부인이 직장과 마트 이외엔 아무 곳에도 가지 않고, 가족들에게 예방수칙을 지키라는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해서 힘들었다 하셨다. 그런데 재난현장에서 분투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담은 티브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아차 싶으셨단다.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사명감으로 일하는 부인은 물론 함께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해 달라고 하셨다.

생활복지시설 종사자들은 감염에 취약한 사람의 안전은 물론 그들의 마음 또한 함께 돌보는 사람들이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은 코로나19 감염 치명률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여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어르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요양원 직원들의 예방 활동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다. 목욕탕, 식당, 카페, 미용실, 운동시설 등은 아예 방문하지 않는다.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이 의심상황에 처하였다면 업무배제와 코로나 진단검사 비용 제공 등을 통해 직원 감염 경로를 다각도로 차단한다. 30개를 훌쩍 넘는 감염 예방 노력은 모든 종사자에 의해 매일 빠짐없이 기록되고, 보고되며 실천된다.

철저한 노력에도 막을 수 없어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그리움이다. 우리 기관은 지난 1월 말부터 외부인 방문을 능동 차단하면서 어르신들이 오랫동안 가족을 뵙지 못했다. 사람을 멀리해야 걸리지 않는 병인데 사람을 멀리하니 어르신도 보호자도 그리움에 목이 멘다. 영상통화를 임시방편 삼아 활용해 보지만 사랑하는 이와 두 손을 맞잡는 순간을 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으랴. 이 때문에 요양원 직원들은 늘어난 업무와 마비된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절대 어르신께 티 낼 수 없다. 힘들 때일수록 더욱 부드러운 손길과 따뜻한 미소로 어르신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 돌봄 전문가의 역할이다.

오늘 도매시장에 가서 여리지만 강한 생명력을 지닌 봄꽃을 사서 하나씩 포장했다. 익명의 후원자께서 부탁하신 내용을 적어 50개의 꽃다발에 하나씩 꽂아 넣었다. “고생하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소. 당신을 항상 자랑스러워 하는 남편이.”

김지현 진주요양원 원장

 
김지현 진주요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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