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홍승은의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를 읽고
[시민기자]홍승은의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를 읽고
  • 강상도시민기자
  • 승인 2020.04.28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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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도시민기자

‘동물농장’을 쓴 조지 오웰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이유로 ‘잘난 체하고 싶은 순전한 이기심’, ‘멋진 문장을 쓰고 싶은 미학적 열정’, ‘진실을 기록하려는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등 네 가지를 들었다.

나에게는 솔직히 두 번째가 맞을 것 같다. 멋진 문장을 가지고 나를 포장하고 더 좋은 구성으로 짜임새를 넣어 두는 것들이 이기심도 곁들이고 욕심도 내심 들어가고 있다. 모든 글에는 분명히 목적이 있다. 그런 글들을 쓰기 위한 참고할 만 책들을 읽고 곱씹어 보면 온전히 나의 글들로 표현되지 않을까? 홍승은이 쓴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라는 책은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 제목이 좋아 구입했다. 평범한 그녀의 삶을 오롯이 들여다보면 타인과 연결될 때 삶과 문장은 더 단단해짐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에 잠시 귀 기울이다 보면 나 또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용기를 내고 싶지만 아직 작가처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 책은 질문을 던지면서 글이 시작된다. “승은 씨에게 쓰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녀의 대답은 “나는 입체적으로 존재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였다. 그리고 그 후에도 그녀의 대답은 살이 붙고 자기를 드러내며 자유로운 글쓰기가 되고 있음을 알렸다. “글을 쓰고, 읽고, 다시 쓰며 내게 입혀진 말들을 벗었다”, “쓰는 과정을 통해 나는 배웠다. 사람은 몇 가지 키워드로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존재라는 사실을”

맞는 말이다. 삶이란 갈수록 어렵고 부딪히는 일들이 늘어난다. 두렵고 아프고 괴로운 것들을 통해 글을 쓰면 나를 채찍질하는 것처럼 단단하게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그런 과정들이 상처와 고통을 정직하게 직시하고 글을 쓰고 나면, 그다음은 살아갈 힘을 갖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나를 버티게 해 주었던 건 작은 일탈과 일기였다”

페미니즘을 만나 외면했던 나의 감정을 긍정하게 해 주었다는 그녀의 말에 용기가 필요했고 타인과의 편견을 깨우치는 일들은 무척 힘들고 고통스러움을 간접적으로 나마 문장에서 느껴졌다. 나 자신의 모순점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글쓰기의 기본자세겠다는 명제가 성립된다. 그녀의 글은 독서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에서 나타나지만 자기의 일들이 솔직히 드러냄에 공감이 와 닿았고 나도 그곳에 맞닿아 있음을 느껴왔기에 책은 늘 곁에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면~그 아팠던 기억들을 끄집어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온몸에 전율했다. 쉽지 않은 것이기에 그녀의 이야기는 계속 주입되었고 알고 싶은 마음이 어느 순간 내재돼 있었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용기,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서 좀 더 솔직해지려는 노력, 머리에서 머물던 이야기를 손으로 옮겨 적어 보는 실천, 이 세 가지는 꾸준한 쓰기를 통해 단련할 수 있다”

그녀는 소수자의 삶의 이야기들을 통과하며 내 세계는 한 뼘 더 자랐다고 소외를 밝혔다. 우리의 삶은 누구에게나 가치가 있고 그곳에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볼수록 나를 더 자세히 표현하는 용기를 갖게 될지 모르겠다. 몸으로 깨달아야 글은 더 단단하고 속이 깊다. 글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 점이 나는 두렵다. 공감했다. 두려움이 엄습해 올 때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자세가 필요하다. 글이란 것들이 삶과 투영해 볼 때만큼이나 솔직하고 절실함이 타인은 인정하고 공감할 것만 같았다. 글은 삶과 같아 늘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담아내야 함을 알고 있다. 또한, 각자의 방에서 자기만의 방식과 표현을 당연히 누릴 나만의 권리일지도 모른다.

“글쓰기는 단지 지난 시간을 기록하는 활동이 아니라 경험을 기반으로 끈질긴 사유와 해석을 이어가는 과정이다. 기존의 관념을 비틀고 경험을 다각도로 해석할 때, 내 글은 개인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비우고 깨어있는 글을 쓰기 위한 시간과 절실함이 온전히 필요했다. 나의 삶 자체가 추상적이든 구체적이든 남들과 다른 삶의 이야기이므로 그 안의 글들은 나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들이라 어렵지만 그것들을 극복하는 마음이 간절함으로 남아있다. 책에서 정직한 글이란 부지런하게 나를 개방하는 일이라 했다. 부지런하게 삶을 살아가야겠다. 나 자신의 글이 이야기가 되고 희망이 되는 그날까지 힘을 내야겠다.

/강상도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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