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검절약(勤儉節約) 유감
근검절약(勤儉節約) 유감
  • 이덕대 (수필가)
  • 승인 2020.04.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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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대 (수필가)


언제부터인가 아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야기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별 아둔한 사람도 다 있다는 시선까지 느끼게 된다. 독일이나 유태인의 근검절약 정신은 시대를 이어 유명하다. 독일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는 필생의 역작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근검절약을 통한 재산형성의 윤리적 정당성과 자본주의 발전을 설파하였다. 반면 자본주의의 폐해가 나타나던 시기,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이나 찰스 디킨슨의 ‘크리스마스 캐럴’ 등은 궁핍할 정도의 수전노적인 근검절약이 사회 전반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잘 아는 사실이듯 전후 독일이 라인강변의 기적을 이룬 것이나 일본이 단기간에 패전국에서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것은 무엇보다 전 국민의 근검절약에 기인하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독일 가정은 유아기 때부터 경제교육을 통해 근검절약 정신을 몸에 베이게 함은 물론 13세가 되면 법적으로 아르바이트가 가능토록 규정함으로서 힘들게 번 돈을 현명하게 쓰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교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도 한국동란 이후 피폐하고 궁핍한 시기를 근면과 성실뿐만 아니라 근검절약 정신으로 보릿고개와 같은 가난의 강을 건너왔다. 이후에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 국민이 모우고 아끼는 것으로 극복했다. 코로나발 경제 위기는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면서 소비 진작(振作)에 최우선을 두는 모양새다. 지자체마다 재난지원금을 나누어주고 총선을 거치면서 여야 할 것 없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공약을 내걸더니 대상과 방법 문제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경쟁적으로 나누어주겠다는 아우성이 볼썽사나울 정도다.

근검절약은 인간이 지녀야하는 중요한 덕목(德目)이자 우리 후세들의 미래 경쟁력 통장이다. 소비가 미덕이고 대량생산과 소비가 국가나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자원이 유한(有限)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능한 수준에서 재정확대에 의한 소비촉진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운영도 좋지만 근검절약과 현명한 소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빈사(瀕死)상태의 환자에게 극약처방에 의한 생명연장을 뭐라 할 사람은 없지만 지금 나라경영을 위임받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미래세대의 통장 잔고까지 꺼내어 쓸 권리는 없다. 비축창고를 열고 자기 것인 양 나누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국가경영은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도 대비해야 하는 일이다. 근검절약 유전자는 세대를 넘어 이어져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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