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기억
집이 저리 많은데 우리집은 없구나.
고갯마루 올라설 때마다 한숨 쉬던 어머니. -강옥
감천동 마을 언덕배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으로 우리에게 집이란 어쩌면 봉건사회로부터 내려온 동경의 대상이자 소유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집’이라고 적힌 낡은 문패가 꽤 사연이 깊어 보인다. 건물을 뜻하는 house보다는 가정 그리고 고향, 고국의 의미인 home에 더 가까운 삶의 현장이며 안식처인 것이다. 무수한 기억이 저장되어 있을 공간 이미지로 집집이 매달려 있는 네모난 창마다 밤이면 별빛이 다녀갔을 법하여 요즘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나 또한 오랜만에 우리집에 오신 엄마의 혼잣말을 들은 적 있다. 빼곡히 들어서 있는 아파트 단지를 무심히 바라보던 엄마의 한숨, “아파트가 저리도 많은데, 왜 우리 아들은 집도 하나 없이 사는지….” 묵직하게 다가왔던 말을 기억한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