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에서 배우는 것
등산에서 배우는 것
  • 경남일보
  • 승인 2020.05.04 15:0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진 (진주문협 간사)
김성진

 

세상사는 건 참 재미없는 일이다. 행위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산을 오르는 것도 자기만의 의미가 없다면 재미없고 힘든 일인지 모른다. 십여 년 전, 일본의 한 70대 할머니가 에베레스트를 등정해 화제가 되었다. 기자가 할머니에게 아직 독신인 이유를 묻자 “산보다 더 재미있는 사람이 없어서”라는 말로 웃음을 주었다. 그 말은 할머니에겐 산이 확고한 삶의 의미라는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 뉴스를 읽다가 한 네티즌의 글을 읽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50대 이상은 대한민국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글을 서슴없이 올려놓았다. 생각이 단순한 것인지, 기성세대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인지,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욕하며 자기 몫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런 편향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것이 등산이다.

나이 들어갈수록 행동과 순발력은 무뎌져 젊었을 때를 따라가지 못한다. 반면에 젊은 사람들은 깊이와 넓이가 부족해 감정적일 수밖에 없다.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사고는 아직 익지 못해 실수가 잦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행동한다’는 격언이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인생은 등산과 비슷하다. 초보자는 힘만 들고 얻는 것이 미흡하다. 경험이 많아지면 올라가는 것이 편하다. 입구부터 힘들게 올라온 길도 한눈에 보인다. 나이가 들어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부끄럽고 어리석었던 행동들이 보인다. 연륜이 쌓이면 등산에서 높은 곳을 오른 것처럼 낮은 곳에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경험으로 충고라도 할 때면 무조건 꼰대로 받아들인다. 가수 서유석이 동창회에서 즉석으로 만든 노래 “너는 늙어 봤니, 나는 젊어 봤다”라는 가사의 의미처럼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세월 이상으로 생각하기 힘들다. 인생은 경험하여 스스로 느끼기 전에는 그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등산 중에도 올라온 만큼 시야가 보이는 것처럼 그때가 오기 전에는 지금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산 아래에서 내가 하는 일이 산에 와서 안타깝게 보이면 인생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산을 다니면서 대단한 목표나 목적은 아니더라도 육체나 정신이 좀 더 성숙해지는 것에 의미를 두면 되지 않을까. 세상의 소리에 가려 들리지 않던 내면의 소리를 듣고, 찌든 자신의 참모습을 조금이나마 찾게 된다면 큰 얻음이다. 세상 살아가면서 정말 폼 잡지 말고 겸손해야겠다는 다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야호 2020-05-05 13:00:18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