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26]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26]
  • 경남일보
  • 승인 2020.05.0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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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지난 닷샛날까지 쉬는 날이 이어졌는데 다들 잘 쉬셨는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나흗날은 쉬는 날 사이에 끼어 있었지요? 그런 날을 어떤 사람들은 ‘샌드위치 데이’라고도 하던데 흔히 ‘징검다리 휴일’이라고 합니다. 저는 ‘휴일’까지 ‘쉼날’로 바꿔 ‘징검다리 쉼날’이라고 부른답니다. ‘휴게실’ 또는 ‘휴게소’를 ‘쉼터’로 부르는 것을 생각하면 ‘휴일’은 ‘쉼날’이라고 할 만합니다. 오늘은 이 ‘징검다리 쉼날’이란 말에 들어 있는 ‘징검다리’처럼 ‘다리’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징검다리부터 알아보죠. 옛날에는 참 흔하게 볼 수 있는 다리였는데 요즘은 일부러 만들어 놓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징검다리는 개울이나 물이 괸 곳에 돌이나 흙더미를 드문드문 놓아 만든 다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렇게 띄엄띄엄 놓은 돌은 ‘다릿돌’ 또는 ‘징검돌’이라고 합니다. 징검다리를 만들려고 놓는 돌을 가리키는 말이 ‘징검돌’, ‘다릿돌’이라는 것을 처음 아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삶과 멀어졌지만 얼마든지 빗대어 쓸 수 있는 말인 만큼 알아 두셨다가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리를 무엇으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붙인 이름들이 있습니다. 다리를 흙으로 만들면 ‘흙다리’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오롯이 흙만으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밑에 나무를 걸친 다음에 그 위에 흙을 덮어서 만듭니다. 하지만 흙이 더 많으니 흙다리라고 했을 것입니다. 나무로 만들면 나무다리인데 나무 하나를 걸쳐 놓은 다리는 ‘외나무다리’라고 하고 긴 널조각을 하나 걸쳐 놓은 다리는 ‘쪽다리’라고 합니다. 돌로 만들면 ‘돌다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쇠로 만들면 쇠다리가 되겠지요. 우리나라에서 처음 놓은 쇠다리는 ‘한강철교’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름에는 ‘쇠다리’가 아닌 ‘철교’가 붙었습니다.

쇠로 만든 쇠다리인데 ‘쇠다리’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은 것도 우리가 살면서 무심코 지나치는 안타까운 일들 가운데 하나가 되지 싶습니다. 우리 둘레에 있는 다리 이름을 떠올려 봐도 그 이름에 ‘다리’가 들어가 있는 것을 찾기 어렵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진주에도 진양교, 진주교, 진주대교, 진수대교처럼 다 ‘교’가 붙어 있지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도 아니고 우리가 ‘다리’를 ‘다리’라 부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알아볼 말은 ‘구름다리’입니다. 다들 ‘육교’라고 알고 있고 그렇게 부르는 것을 말집 사전에서는 ‘구름다리’로 다듬어 쓰자고 해 놓았는데 그렇게 쓰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다들 잘 아시는 남해대교처럼 굵은 쇠줄을 건너지르고 거기에 매달아 놓은 다리는 ‘줄다리’인데 거의 다 ‘현수교’라고 합니다. 남해대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줄다리라고 합니다. ‘현수교’하면 사실 무슨 뜻인지 얼른 알기 어려운데 ‘줄다리’라고 하면 바로 알 수 있어 좋습니다.

‘배다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작은 배를 한 줄로 여러 척 띄워 놓고 그 위에 널판을 건너질러 깐 다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곳곳에 ‘배다리’라는 이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봐서 옛날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다리였을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진주에 있는 ‘진주교’도 만들어지기 앞에는 ‘배다리’였다고 합니다. 유등잔치 때 ‘부교’라는 것을 만들던데 앞으로는 ‘배다리’라는 토박이말 이름을 살려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지개다리’라는 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보시고 옛날이야기에서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땅으로 내려 올 때 건너는 다리를 떠올리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흔히 사람이나 짐승이 죽었을 때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라고도 하지요. 이 말은 그런 뜻도 있지만 흔히 다리를 ‘아치’로 만든 ‘아치교’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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