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의 법칙
7:3의 법칙
  • 조문환 (하동주민공정여행놀루와(협) 대표)
  • 승인 2020.05.0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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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환 (하동주민공정여행놀루와(협) 대표)
 

환경이 사람을 닮을까? 사람이 환경을 닮을까? 내가 사는 동네는 누가 만들었을까?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 고장, 내 나라는 누가 만들었을까? 나는 7년 전에 지리산자락 평사리에 작은 초당 하나를 마련했다. 10년 이상 묵어있던 땅을 택지로 다듬고 작은 집 한 채를 세웠다. 여러 군데 땅을 둘러본 후에 마지막에 도착한 이 땅은 내 품에 쏙 안겼다. 처음 선을 본 그 다음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곧 바로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그해 가을에 집을 지었다. 7년이 지난 지금 우리 집 마당에는 자목련과 무화과나무와 느티나무와 매화나무와 몇 그루의 단풍나무가 제법 운치를 자아내고 5년 전 태풍으로 산비탈에 쓰러져 있던 것을 갔다 심었던 층층나무는 올해부터는 가지가 뻗어나고 꽃도 풍성하게 피기 시작했다. 이제는 키 큰 백합나무까지 수십 그루의 나무들이 여름이 되어도 따가운 햇볕 걱정 없고 봄이 되면 대문밖에 심어 놓은 벚나무가 집안을 아늑하게 만들어 놓는다.

지난겨울에는 형님과 자형이 오셔서 웃자란 가지를 잘라주고 집을 삼킬 듯했던 오동나무도 나지막하게 가지를 쳐 태풍이 불어도 집에는 아무런 위험이 없다. 마당은 일찌감치 잔디를 심었는데 잡초만 신경 쓰면 잔디밭 관리도 크게 무리가 없다. 더군다나 잔디는 복사열을 막아주어 뜨거운 여름을 잘 견뎌내게 만들기도 한다.

마당 한편에는 작은 텃밭도 있다. 여름이면 상추와 풋고추, 오이와 가지는 물론 토마토까지 심고 음식쓰레기는 이 텃밭이 다 해결해 준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난 7년, 가만 보면 집은 나와 아내를 그대로 닮아 있다. 우리의 손길을 거친 나무들, 잔디마당, 건물의 외관도 설계자와 수많은 소통과 의견을 나눈 결과 모던하고 심플하다. 집의 내부도 복잡한 것들은 질색인 우리 부부의 성격을 닮아 간결하고 부족한 게 너무 많지만 비워져 있는 것이 좋다. 마당도 이와 비슷하여 거대한 바위 하나 뿐 뻥 뚫린 채 비워져 있다. 건물은 주인과 건축가의 영향을 7:3으로 받는다고 한다. 아무리 뛰어난 건축가라 하더라도 집은 주인의 마음과 생각을 거스를 수 없다. 가만 생각해 보면 9:1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이 집을 짓지만 그 후에는 사람이 집을 닮아간다. 내가 사는 집이 나를 닮아 가듯이 내가 사는 동네는 우리 동네 사람들을 닮아갈 것이며, 내가 사는 나라는 대한민국 국민을 닮아갈 것이다. 여기에 그 누가 이의를 달 수 있을까? 가상(家相)은 곧 인상(人相)이다.

조문환 (하동주민공정여행놀루와(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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