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항공 산업 뿌리가 흔들린다
사천 항공 산업 뿌리가 흔들린다
  • 문병기
  • 승인 2020.05.0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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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기자
문병기기자

 

사천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메카이다. KAI를 비롯한 53개 항공업체에 1만 명이 종사하면서 항공 산업의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독자기술로 비행기를 만들고, 수출로 세계 하늘에 우리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사천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항공 산업은 자동차나 조선 등에 비해 고부가가치산업이다. 그만큼 미래의 먹거리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업계에 몸담은 우수한 인력들과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탄탄대로는 보장된듯했다.

하지만 잘나가던 항공 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악재들이 겹치면서 방향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작년 미국 보잉사 B737맥스의 연이은 추락사고가 시발점이 됐다. 보잉의 협력사로 승승장구하던 몇몇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더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대부분의 업체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일감이 넘쳐나던 기업들은 조업을 단축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공장 문을 닫고 있다. 1분기 매출이 작년보다 70% 급감하고 수천여명이 실직하는 등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급기야 지역노동자단체들이 ‘이러다 다 죽는다’는 처절한 몸부림을 시작했다. 항공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포함돼야 하며, 경남도와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라며 절박한 심정을 표출하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사천 항공부품산업은 대부분 미국이나 프랑스 등 해외 대형항공사들의 하도급을 받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악재들이 터지면서 납품물량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설사 올해 안에 원청이 조업을 재개하더라도 회복기간을 감안하면 항공업체들은 내년이 돼야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업계 종사자들의 고용 공황상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최악의 현실로 다가왔다.

시급한 것은 앞길이 막막한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생계와 직결된 현실적인 대책이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라고는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이 전부이다. 이 같은 지원금만이라도 개별적으로 신청해 받을 수 있다면 기본적인 생계와 고용유지는 이어갈 수 있다. 또한 항공지상조업과 항공서비스업에 집중돼 있는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위기에 빠진 항공부품업종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는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해당 산업이 위기를 겪으면 대규모 실직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선정해, 근로자나 실직자의 생계안정 및 재취업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2018년 통영과 고성군, 거제시, 목포시 등이 조선업 위기로 지정된 경우도 있어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제 탄탄대로를 걷던 사천 항공 산업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의 터널 속으로 진입했다. 이로 인해 항공부품제조업체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항공부품 산업은 숙련된 노동자의 축적된 경험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하다. 이들을 지킬 수 있는 특별대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미래는 보장받지 못한다. 위기를 인식한 정부는 온갖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는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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