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와 코로나
시계와 코로나
  • 경남일보
  • 승인 2020.05.0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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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대 (수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 유입된 후 슈퍼 전파자로 지탄받던 신천지 교회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죄와 함께 협조 운운하면서 취재진 앞에서 큰절을 했었다. 이런 과정에서 의도했던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언론에 노출된 그의 시계가 주목 받으며 진품 여부도 한동안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렸다. 청와대 선물시계가 얼마만한 가치를 가졌는지 모르나 국가 권력기관으로부터 받은 시계를 통해 은근히 자신의 위력을 과시하는 것 같아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분명 일반 서민들이 꿈도 꿀 수 없는 고가의 명품 스위스 시계도 있었을 것이다. 국가적 재난이자 추정조차 어려운 사회적 비용을 치른 코로나 사태에 스위스 명품 시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금 생뚱맞긴 하지만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이 필요하다.

스위스는 어떻게 세계적 시계강국이 되었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대체로 16세기에 일어났던 종교개혁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로마 가톨릭에 반대하던 프랑스 종교개혁가 장 칼뱅이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스위스로 피신한 후 프랑스 정부가 지속적으로 탄압을 계속하자 그를 지지하던 신교도들도 스위스를 비롯한 독일 등으로 탈출한다. 이 신교도 중 시계를 만드는 정밀기술 보유 장인들 대부분이 제네바에 정착했다. 칼뱅주의자들은 청빈한 생활과 시간관념이 투철하여 보석보다는 시계를 원했고, 시계 소요가 급격히 늘면서 시계 제조기술도 덩달아 발달한 것이 오늘날 세계 명품 시계 시장을 석권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국경과 가까운 제네바와 바젤 시(市)는 매년 세계 최고의 시계박람회가 열리며 이곳에서 세계 고급시계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스위스 고급시계 판매량이 2천만 개가 훨씬 넘었고 금액상 30조원에 가까웠다.

우리나라는 수차례 급성 전염성호흡기질환 사태를 겪으며 노하우를 쌓았고, 구축된 정부의 인프라와 긴급사용승인제도 등에 의해 전문 바이오 기업이 발 빠르게 진단키트 개발에 나서는 한편 전문 의료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성공적 대처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준비된 과거가 현재의 성공이다. 한시름 돌렸다고 전문성 없는 집단에서 숟가락 얹는 자화자찬으로 국격(國格)이나 떨어뜨릴 일이 아니다. 지금은 미래를 준비할 때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종교개혁이 스위스 명품 시계산업의 근간이 되었듯, 값비싼 대가를 치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후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이념이나 진영논리가 아닌 전문성에 기반을 둔 구태 혁파와 혁신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미래형 방책을 고민해야한다.

이덕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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