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천연가스 세계 1위 기업 가스프롬
[김흥길의 경제이야기]천연가스 세계 1위 기업 가스프롬
  • 경남일보
  • 승인 2020.05.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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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세계 1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자원 부국이다. 석유 매장량도 상당하지만, 비중으로 보면 차세대 에너지원 중 하나인 천연가스가 더 중요한 자원이다. 러시아 최대기업인 가스프롬은 이 나라 천연가스 생산량의 90% 이상을 산출해내는 거대 기업이다.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5분의 1이 이 회사에서 나오는데, 이 회사가 갖고 있는 가스관과 석유관 등 파이프라인만 15만㎞에 달한다. 유럽은 가스 수요의 1/4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은 공급 파이프 라인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통과하고 있다. 러시아가 벨로루시 그루지야 등 주변국들과 가스 값을 놓고 종종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006년에 이어 2009년 1월 1일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하였다. 유럽은 이를 지켜보면서 러시아가 언제 파이프라인 밸브를 잠글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천연가스는 난방용이나 전력발전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일시적 공급중단은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 에너지 자원이 무기화 되어 에너지가 곧 안보인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천연가스 부문에서 각국의 러시아 의존도 즉 천연가스 소비량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보스니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몰도바, 슬로바키아는 100%를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불가리아 97%, 헝가리 89%, 폴란드 86%, 체코 75%, 터키 67%, 오스트리아 65%, 루마니아 40%, 독일 36%, 이탈리아 27%, 프랑스 25% 등 유럽 전역이 러시아산 가스에 매여 있다. 유럽연합 전체로 보면 25% 가량이 러시아로부터 온다(이상 2004년 기준).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가스프롬은 막대한 천연가스 자원을 손에 쥐고 주변국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국들이 수입 선을 다변화하려 해도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러시아 시베리아, 볼가 강 유역, 우랄 산맥 등지에서 대규모 천연가스 매장 지역이 발견된 것은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인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가스 탐사, 개발, 유통 모두를 정부가 독점했으나 1989년7월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석유-가스 부문 통합 조치로 민영화의 바탕이 마련됐다.

소련의 가스 산업이 1950년대에 처음 태동할 때, 석유산업부의 지원사격을 받아 소련 장관회의 산하 최고 가스 산업국(Glavnoe Upravlenie Gazovoy Promyshlennosti pri Sovete Ministrov SSSR)으로 탄생했다. 천연가스가 소련의 중요 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정식 정부부처로 승격, 가스 산업부가 되었으며 이것이 가스프롬의 전신이다. 1993년 보리스 옐친 정부는 국영기업들의 민영화를 시작했고, 가스프롬도 이때 민영화됐다. 1998년부터 2000년 사이 옐친 정부는 가스프롬을 금고처럼 이용하였다. 옐친의 뒤를 이어 집권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경제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가스프롬에 대한 ‘정화 작업’을 진행하였다. 푸틴 정부는 2000년대 초반 재무장관을 지낸 보리스 표도로프와 가스프롬의 지분 일부를 갖고 있던 에르미타주 펀드라는 주주 그룹을 이용해 옛 경영진을 숙청하고 친위 세력들을 앉혔는데, 2001년 취임한 CEO 알렉세이 밀러는 그들 중 하나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회사인 만큼 천연가스가 주요 상품이지만 석유회사들도 여럿 갖고 있고, 가스의 시추·채굴에서부터 정제·유통 부문까지 모두 다 한다. 에너지 뿐 아니라 은행, 보험, 언론, 건설, 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체들도 소유하고 있다. 가스프롬은 이후 계열사인 가스프롬메디아를 이용해 러시아의 미디어 분야도 장악해버렸다. 2005년 유서 깊은 이즈베스티야지(紙)를 매입, 엔터테인먼트 신문으로 바꿔버렸으며 같은 해에는 다른 계열사를 통해 일간지 코메르산트를 매입한 데 이어 80년 전통의 신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도 소유하게 되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민영 방송사인 НТВ를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스프롬 아비아’라는 소형 항공사도 운영하고 있고, ‘가스프롬반크’라는 은행도 운영 중이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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