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과 아버지의 역할
가정의 달과 아버지의 역할
  • 경남일보
  • 승인 2020.05.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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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 한 달 안에 어린이 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3개의 가족관련 기념일이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5월 21일이 부부의 날이라는 것은 대부분 잘 모르고 있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날이라고 ‘부부의 날’로 정해서 부부의 소중함을 알고, 부부의 화합을 강조하며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뜻으로 제정된 것이다. 가정이 화목하려면 당연히 부부가 친밀하게 잘 지내야 하고 가정의 주춧돌인 부부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알다시피, 한국가정에서는 바깥일은 남편, 집안일은 아내라는 이분법적 사고 아래 집안의 가사일, 자녀양육 등은 모든 가정일은 아내가 떠맡다시피 해 왔다. 더구나 전업주부이든, 맞벌이 주부이든 관계없이 말이다.

그런데 며칠 전 신문에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났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나온 글을 소개했는데, “조선시대 아버지들, 요리와 살림살이에도 관심 ‘고추장은 내손으로 담근 것’”이라는 기사였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달리 조선시대 양반 남성들이 가정 내에서 요리와 살림살이에도 관심을 가지고 직접 실천행동까지 했다는 이야기였다. 예를 들면, 퇴계 이황이 집안일을 속속들이 살펴 아들에게 겨울 대비 식재료 준비를 지시한 일이나, 연암 박지원이 ‘고추장은 내손으로 담근 것’인데 맛이 어떠냐고 묻는 서신을 아들에게 보낸 일, 서유구라는 남성이 조선 최대의 음식백과사전 ‘정초지’를 만든 일 등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조선시대 양반 아버지들에게 편견을 가졌다고 했다.



흔히 조선시대 남성들에 대해, 아버지들은 부엌에는 발도 들여놓지 않고, 자녀양육은 아내에게 맡긴 채 자식 일에 무심하고, 소소한 집안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는 달랐다는 기사였다. ‘유교적 가부장제’에 대한 편견과 달리, 기록에서 드러나는 조선시대의 아버지들은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고, 노비 관리 및 제사를 받들고, 가족들이 먹을 곡식과 반찬거리를 마련하는 일에 성심을 다하고, 특히 아들 교육을 전적으로 담당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기사가 조선시대 양반계층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 양반계층 아버지들이 이러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은 오늘날의 가족생활 특히, 아버지들의 역할에 큰 시사점을 준다. 현대사회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전적으로 집 바깥활동 중심으로 집안일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자녀의 대학 입학 승패 요건으로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겠는가.

그러나 조선시대 일부 양반계층 아버지들이 가족을 위해 헌신한 것처럼 오늘날에도 아버지가 자녀양육에 관심을 가지고 헌신하는 경우도 있다. 즉 부부가 함께하는 ‘공동육아’라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며, 유아교육관련 학계에서도 부부의 ‘공동육아’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자녀를 돌봄에 있어서 어머니 혼자보다 부부가 공동으로 양육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의미한다. 그 동안 사회문제가 되어왔던 ‘독박육아’로 인한 아내의 스트레스나 부부간의 불화가 젊은 아버지들이 ‘공동 육아’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신종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재택근무 회사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기회에 부부가 함께 자녀 양육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의논하며, 가사 일을 공동으로 나누어 협력해 나간다면 부부간에 친밀감을 향상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유아기 때 아버지의 적극적인 자녀양육 참여는 자녀의 인지적, 정서적, 사회성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하여, ‘공동육아’로 간다면 가족과 사회가 모두 협력하는 멋진 공동체가 될 것이다. 아버지의 역할을 새롭게 인식하는 가정의 달이 되었으면 한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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