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세계여행[26]미크로네시아 폰페이 판타카이동굴
도용복의 세계여행[26]미크로네시아 폰페이 판타카이동굴
  • 경남일보
  • 승인 2020.05.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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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 속 비밀 동굴에서 '환상 체험'
자연의 선물 곳곳에 자라있는 식용 식물(손에 든 것은 히비스커스)
‘헉, 헉, 헉, 조금만, 조금만 더..’

험준한 산세를 자랑이라도 하듯 20m 아래서부터 넝쿨져 올라온 식물들과 가파른 산 비탈길에 토사가 유실되면서 어지럽게 쓰러진 나무들, 그나마도 금방 비가 내려왔던 터라 바닥에 흙이 많이 물러져있어 길이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그 위로 머리에 서리가 앉은 노인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가파른 산세에 발바닥 하나면 가득 차는 좁은 길 아래로는 낭떠러지가 있는 곳이다. 무엇이 이 노인을 여기까지 이끌었을까?

‘왱∼왱∼왱∼’

노인의 앞에는 수십 수백 마리의 날파리 떼가 위험하니 돌아가라는 듯 온 얼굴을 아른 거렸지만 손을 활짝 펼쳐 한번 휘휘 젓는 것만으로 파리 떼를 쫓은 노인은 계속 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고 했다.

‘미끌’

노인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미끄러지는 급박한 와중에도 산 비탈길로 떨어지면 20m아래로 추락하기 때문에 오르막에 풀들을 안전벨트 삼아 잡으며 미끄러졌다. 아래를 보니 아찔한 20m의 낭떠러지가 보였고 파리 떼가 그렇게 많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브레드 프룻’

일명 빵나무 라고도 부르며 미래엔 인류의 식량난을 해소할 희망의 열매로도 불리는 과일이다. 요리하지 않은 브레드 프룻은 원래는 고체형태를 띄지만 나무에서 익을 대로 익어 떨어지는 브레드 프룻은 액체에 가까운 형태로 떨어졌다.

퍼억!

그 와중에도 브레드 프룻 하나가 나무에서 떨어져 내렸다. 브레드 프룻이 터져나가는 시원한 소리에 기분이 좋아지지만, 갑자기 머리 위에서 사람 머리통만한 과일이 떨어져 내린다면 아찔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브레드 프룻이 떨어진 곳에는 달콤한 향이 가득 퍼지며 노란 액체가 바닥을 뒤덮었다. 잠시 지켜보자, 그 향기에 이끌려 벌레와 파리가 들끓었다.

‘좋은 색깔이다.’

삭발한 머리에서 긴 것인지 백색 반달 머리를 한 오지탐험가, 그게 바로 산속을 헤매며 무언가를 찾는 그를 부르는 말이었다.

‘이제 들릴 때가 되었는데’

 
지도에 나오지 않는 길에서 나침반을 보고 찾아가는 판타카이 동굴
이미 오세아니아의 17개 도서국 중 단 2개, 마셜아일랜드와 미크로네시아 빼고는 탐험을 마친 상황이었다. 지금 알게 된 이곳도 미크로네시아 폰페이 섬을 한 바퀴 돌던 중 만난 한 남자가 가르쳐 준 곳이었다. 장례식장에서 탐험가로 소개한 것이 인연이 되어, 지도에 세심하게 표시해주며 길이 없는 곳이라 현지인들밖에 모른다며 가르쳐준 곳이다. 나침반을 따라 가고는 있었지만 보이는 건 온통 초록빛깔 뿐이니 의심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쏴아아

이윽고 물이 쏟아져 내리는 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그 때! “찍 찌익”

검은색의 날아다니는 무엇이 울음소리를 내며 풀로 만들어진 동굴을 지났다. 그래 바로 저것이 나를 이곳으로 불렀다.

박쥐였다. 그것도 수 백마리에 이를지도 모르는 박쥐, 중국 우한이라는 지역에서는 식용 박쥐를 먹은 환자에게서 발견된 코로나 라는 바이러스가 성행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 여파를 이곳 남태평양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오세아니아 국가들 중에서 경유를 위해 들린 파푸아뉴기니에서는 곧 아시아인 관광객을 받지 않겠다고 했고. 미크로네시아에 입국할 때는 중국을 입국한 적이 있거나 경유만 한 적이 있어도 무조건 입국시키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섬나라는 전염병이 퍼지면 달리 갈 데가 없다. 그리고 나라도 작기 때문에 몰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조심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리고 지금 나는 비둘기나 새 대신 월등히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는 박쥐의 본거지를 탐험하러 가는 길이다.

쏴아아

이제는 확연히 눈에 들어오는 폭포, 높이는 약 40m밖에 되지 않았지만 폭포와 함께 흘러내리는 듯 멈추어져있는 나무 덩굴로 신비한 광경도 보이는 곳이다.

“바로 저곳 위에 있다는 말이렸다”

잠시 넋이 나가도 감상해도 좋을 상황이겠지만 첫째로, 나는 폭포보다는 그들이 일러주었던 폭포 바로 위에 있을 동굴이 더욱 솔깃했기에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둘째로, 멈춘다고 해도 앉을 만한 공간이 없다.

폭포 위쪽 들은 대로 동굴이 있었고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 현재시간은 오후 4시 32분 아직 해가 훤한 시간이지만 너무 어두우면 밖으로 나가는 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서둘러야했다.

‘이크’

동굴에 다가서자 바닥에는 초록색 방울진 흙이 가득하다. 이것이 박쥐의 똥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원래는 갈색이어야 할 동굴 입구는 초록색으로 알록달록했다. 박쥐 똥이 쌓인 곳을 실수로 밟을 뻔 했던 터라 잽싸게 다른 곳을 디뎠다. 동굴에 다가가자 동굴의 천장이라고 생각했던 검은 부분이 모두 박쥐가 매달려있는 것이었다. 나의 존재를 읽었는지 수십마리의 박쥐가 내려서 동굴 입구 천장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헉!’

 
박쥐가 곳곳에 붙어있는 동굴 초입부근 모습.
다급한 신음과 함께 바로 엎드렸다.

얼마나 많은 박쥐가 있는지 보고 싶었던 나는 결코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하고 말았다. 핸드폰 후레쉬를 꺼내 천장을 비추었고 수백 마리의 박쥐가 한꺼번에 날아올랐다. 개중에 몇 마리는 내 옷깃을 스쳐지나갔다. 백 마리 정도는 동굴 안을 빙글빙글 선회하고 나머지는 바로 사냥을 떠나는 듯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박쥐가 단순히 혐오동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전염병을 가진 동물로 분류가 되면서 꺼려지기는 했지만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곳에서는 먼 이야기다. 박쥐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하면서 하얀색 물방울이 비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박쥐들의 배설물이었고 서둘러 나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신속히 산기슭을 내려가는데 못 보던 광경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참새만한 크기의 검은 비행물체가 나무사이를 쏜살같이 날아 이동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동굴에서 나온 박쥐들이 본격적으로 사냥을 시작한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인연이 닿지 못했다면,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와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값진 구경을 할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다.

어떤 곳에서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같은 것도 선이 혹은 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어떤 풍경보다 사람이 오지탐험을 더욱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을 새로 깨닫는다.



 
이들에게 장례식은 죽은이를 떠올렸을 때 행복한 기억만 남도록 슬픔보다 기쁨이 가득한 날로 기억되는 듯했다.
장례식에 방문했을 때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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