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코로나19의 학교 풍경
[교육칼럼]코로나19의 학교 풍경
  • 경남일보
  • 승인 2020.05.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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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 (前 창원교육장)
이태원 클럽 방문 확진자로 인하여 유동적이긴 하지만 코로나19로 굳게 닫혔던 유치원과 학교가 문을 열게 되었다. 석 달여 학교 문을 닫는 바람에 학부모는 지칠 대로 지쳐있고 선생님은 교직이 이처럼 부담스럽게 여긴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도 사교육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여 공교육에만 기댄 아이들의 부모는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도 한다. 어떤 아이는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데 어떤 아이는 맞춤 교육의 기회로 만들어서 교육 불평등이 심화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불만과 의심의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처음 얼마 동안은 방학의 연장쯤으로 여기면서 즐기기도 한 것 같다. 여기에다 학원마저 안 가게 된 아이들은 아마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너무 길었다. 아이들도 지치기 시작하였다. 학교에 가고 싶고 동무들이 보고 싶어졌다. 여기에다 부모의 간섭과 잔소리가 귀찮아졌으며 답답해졌다. 그즈음에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었지만 이건 도무지 학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엄마 개학’이라는 말들이 들리겠는가? 그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가게 되었다. 학교에 간다고 하니 설레기도 할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아닐 것 같다. 코로나19를 이고 살아야 하는 학교의 풍경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역동성 그 자체인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거나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냅다 달리기도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이나 갖가지 놀이를 하는 곳이 학교이다. 그런데 이러한 풍경은 코로나19가 소멸되지 않으면 만들어내지 못할 것 같다. 아니 그러한 모습을 만들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짝꿍이 없는 좌석 배치, 칸막이가 설치되고 띄엄띄엄 떨어져 앉은 급식시간에는 서글픔마저 들 것 같다, 마스크를 쓰고 노래를 불러야 하는 음악 수업이 가능할까? 마스크를 쓴 채 체육수업을 할 수 있을까? 선생님의 개별지도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아이들이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문제를 찾고 답을 해결하는 협동학습은 아예 기대할 수 없을 것이고, 실험 실습, 체험학습과 청소활동도 제대로 실시되지 못할 것 같다.

선생님은 마스크를 벗은 아이들 단속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할 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아이들이나 교직원 중에서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그 학교는 원격 수업으로 전환된다고 하니 그 노심초사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학생은 선생님의 말씀을 순종할 때 가르침의 맛이 나고, 창발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때에 배움의 멋을 맛본다. 그런데 짓궂은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거나 마스크로 장난질을 하면 공부는 뒷전이 되고 만다. 제발 우리 아이들이 코로나19의 위중한 상황을 이해하고 방역지침을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한편, 고지식한 아이들이 생리적 현상이나 체력을 고려하지 않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사고가 난다면 그 참담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마스크를 쓴 채 달리기를 하다가 사망 사고가 났다는 중국의 이야기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정부가 설정한 방역지침을 따르되 여건과 상황을 고려한 학교 현장의 재량권도 허용해야 한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소멸되어 국민의 일상이 회복됨과 함께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가 가득한 학교 풍경을 만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임성택 前 창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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