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상평동 살인사건’ 계획범행 부인
‘진주 상평동 살인사건’ 계획범행 부인
  • 백지영
  • 승인 2020.05.14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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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법원서 첫 재판 열려
변호사, 우발적 행동 주장
생존 조카 돌보는 유족 ‘한숨’
‘가정의 날’을 하루 앞두고 진주시의 한 주택가에서 아내와 중학생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고등학생 딸에게 중상을 입힌 가장 A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14일 오전 10시 20분께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변호인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A씨가 주도면밀하고 계획적으로 사건을 저지르진 않았다며 우발적인 범행임을 주장했다.

변호인은 “제출된 증거 대부분은 동의하지만 A씨의 기억이 부정확해 다르게 진술한 부분이 있다”며 사법 경찰관이 작성한 내용 일부를 부인했다.

A씨가 가족을 해칠 목적으로 여러 차례 자택을 방문했지만 기회가 없어 실행하지 못했다는 내용, 사건 당일 잠든 행세를 하며 가족들이 잠들기를 기다린 후 범행에 나섰다는 내용, 범행 후 피해자가 살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숨을 불어 넣어봤다는 내용 등 공소장에 기재된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연녹색 수의와 덴탈 마스크를 착용한 A씨는 법관의 질문에는 허리를 굽힌 채 대답했지만, 이외 순간에는 내내 바닥만 응시했다. 유족이자 처남 부부가 앉은 방청석 쪽은 바라보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정신적 트라우마와 함께 음식과 물을 섭취하거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조카 B양을 돌보고 있는 외삼촌 C씨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A씨를 주시했다.

변호인이 A씨 가족·지인으로부터 품행·인성에 대한 탄원서를 받아 반성문과 함께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10여 분만에 재판이 종료된 법정을 나온 C씨는 “범행 열흘 전 A씨가 함양 집 명의를 전처 아들에게 돌린 것만 봐도 고의적인 범행이었는데…”라며 답답해했다.

재판에 나와보고 싶어 하는 B양을 법정에 데려오는 게 좋을지 밤새 고민하다 일단 이날은 데려오지 않기로 했다.

그는 “조카는 법정에 선 아버지에게 ‘당신이 나를 죽이려 했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남았다’고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면서 “혹시 조카의 정신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된다. 아직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C씨 부부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퇴원하는 B양을 자녀들과 함께 지내는 자택에서 돌보며 통원 치료를 받게 할 예정이다.

다만 실질 보호자인 C씨에게 주어진 권한이 아직은 아무것도 없기에 조카 관련 서류 등을 처리할 수 없는 점은 갑갑한 부분이다.

C씨로부터 B양에 대한 A씨 친권 상실, C씨 후견인 지정 등을 요청받은 검찰이 법원에 친권 상실을 청구해둔 상태지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C씨는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 법원에 물어보기도 했지만 아픈 조카 본인이 아니면 조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어 마냥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조카만 퇴원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는다는 걸 절감한다. 하루빨리 조카와 우리 가족이 제재 없이 가족다운 가족으로 살 수 있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A씨의 다음 공판기일은 6월 4일 오전 10시에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열린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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