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반성과 공상에 따르는 슬픔도
[월요단상]반성과 공상에 따르는 슬픔도
  • 경남일보
  • 승인 2020.05.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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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자신의 현재가 소원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것이 되어버렸고 꿈꾸며 이루려 했던 것과 언제나 상반되는 게 또한 인생일 수밖에 없다. 어느 땐 이런 게 아니었는데, 꿈결에서조차도 이러하리라곤 상상도 해본 적 없었는데…. 현실이 가혹할수록 생각한다는 게 결국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자기모독, 자기 모멸감으로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침울함에 세상은 괴롭고 귀찮으며 포만도 공복도 아닌, 쾌감도 비애도 없이 지내야 할 때도 있다. 무능, 무감각, 무감동, 구름에 달 가듯 흘러만 가는 덧없는 인생으로 이어지는 하루하루 밖에는. 그래서 눈물 흘려 울어야만 하고 슬픔 속에 살아가기도 한다.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도,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것도 없는, 미운 것도 좋은 것도 느껴지지 않는 오직 고민과 번민, 허무함만이 감돈다.

풍요로움 그것마저도 결국 근심스러움이 앗아가 버릴 때, 왜 우리는 그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의 감정에 괴로워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꼭 이겨내야만 한다. 내 영혼의 그윽이 깊은 곳까지 부정적인 생각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리곤 삶의 상처 바로 그 자리에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는 이치를 찾아내고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반성과 공상에 따르는 슬픔도 자신과의 싸움이며 아름답게 영원케 살기 위해서는 감정을 억제하고 행동을 무겁게 하는 인내와 판단이 필요하다. 우리 자신을 타인처럼 차갑게 보고 냉정히 비판해 보는 삶의 태도는 모든 사람에겐 총명한 지혜가 아닐까? 그 지혜로 주변을 둘러본다면, 세상은 아름답고 슬픔과 기쁨이 어우러져 핀 꽃향기처럼 고운 향내음 풍기는 인생의 멋까지 보이는 눈은 분명 떠질 것이다.

풍요한 과거 없이 풍요한 감성 없고 풍요한 감성의 텃밭 없이 어찌 완숙한 인품의 나무가 자랄 수 있을까. 자신의 앞날을 밑거름으로 활용할 줄 아는 이는 얼마나 지혜로운가. 우리에겐 고통이 베푸는 진실도 있고, 처절함이 깨우치는 지혜도 있다. 그대로를 볼 줄 아는 눈, 본 그대로를 살줄 아는 몸, 산 그대로를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배워 지혜로운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석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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