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사천경찰서에서 무슨일이…
그날 사천경찰서에서 무슨일이…
  • 이웅재
  • 승인 2020.05.18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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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악할 수 밖에 없는 말을 들었다. 민중의 지팡이 경찰이 ‘남자가 여자뺨 때리기 예사지 뭘’이라고 여성비하 발언을 했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 ‘요즘 세상에 무슨, 침소봉대이거나 일부 왜곡 과장된 말이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제보를 등한시 할 수는 없는 법, 사실확인에 들어갔다.

11일 반의반신하며 시작한 취재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적 증거가 나왔다. 녹취록이다. 당시 경찰조사 과정 전부가 담겨있는 녹취록, 몇 번이고 반복해 들어봤다. 이럴수가. 사실이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고스란이 담겨있는 것이다.

발언자를 대상으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처음 기억에 없다며 부정하던 경찰이 녹취록을 듣고서야 자신이 한 말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당시 조사를 받고 있는 참고인을 위해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참고인에게 이 말을 전하니 변명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오히려 당시 상황은 그 형사가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참고로 이 진술자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다. 이런 사실은 양자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적절한 발언이 나온 일련의 과정을 기사로 밝혔지만 아직도 의문은 남아있다. 피의자도 아니고 피해자도 아닌 목격자를 대상으로 그 형사는 왜 뜬금없이 여성비하로 비칠 수 밖에 없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을까 하는 점이다. 참고인의 편안한 진술을 돕기 위해 한 말이라는 형사의 말을 믿자니 녹취록의 앞뒤 정황과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안감을 조성하려 했다는 참고인의 주장을 믿자니 공무원인 형사가 무슨 이익을 취하기 위해 이렇게 심각한 말까지 해야 했을까 라는 의문이 남는다. 취재의사를 밝힌 후 보여준 사천경찰서의 대응도 미덥지 않다. 인권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이 시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당사자를 자체 조사도 없이 방치했기 때문이다.

입건과 기소, 재판 등을 진행함에 있어 초기 진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일선 경찰의 사실 조사는 공명정대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나의 진실을 덮고 있는 여러가지 사실들을 파헤쳐 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부적절한 말과 행동으로 수사의 편의를 구해서는 안된다.

아동과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충분한 배려 속에 진실을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일선 경찰도 많다. 제복의 위상을 세우기는 어렵지만 허물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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