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27]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27]
  • 경남일보
  • 승인 2020.05.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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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수, 떠세, 구메구메
지난 잇쉼(연휴) 뒤에 일어난 일들 때문에 많은 분들이 놀라기도 했고 또 걱정을 하고 계실 것입니다. 요즘 우리 둘레에서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때론 놀라기도 하고 때론 화가 나기도 하는 그런 일들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요즘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은 뭐니 뭐니 해도 빛무리한아홉(코로나19)일 것입니다. 이어서 쉬는 동안 마음을 내려놓고 어울리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한테 옮겨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뚫고 나갈까 많은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웠었죠. 어떤 어려움이나 고비를 뚫고 나갈 수, 방법, 수단 또는 도리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바로 ‘구멍수’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가운데도 처음 듣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흔히 ‘해결책’라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그 말은 익으실 텐데 ‘구멍수’라는 말은 쓰는 사람이 없으니까 듣거나 보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어려움’ 도 ‘곤란’이나 ‘난관’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토박이말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돌파구’라는 말도 더러 쓰는 사람이 있는데 ‘해결책’과 비슷한 낱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서로 비슷한말인데도 ‘해결책’을 찾으면 ‘돌파구’는 비슷한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는데 ‘구멍수’는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열린말집(오픈사전)에 ‘구멍수’는 ‘돌파구’의 북한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기도 했으니 더 쓰기가 쉽지 않은 것이지요.

지난 이레 우리를 슬프게 만든 기별이 하나 있었습니다. 무리집(아파트)에서 일을 하시는 분이 그곳에 사는 사람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기별이 있었지요. 때리고 괴롭힌 사람에게 큰 벌을 주라는 글에 많은 분들이 이름을 올리신 것을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분들이 같이 화나고 슬펐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돌아가신 분을 때리고 괴롭힌 것을 가리키는 말로 흔히 ‘갑질’이라는 말을 쓰더라구요.

저마다 가진 돈이나 힘을 앞세워 잘난 체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함부로 말을 하거나 때리기도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토박이말에 ‘떠세’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집 사전에 ‘떠세’는 ‘재물이나 힘 따위를 내세워 젠체하고 억지를 씀. 또는 그런 짓’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지요. 말집 사전에 ‘갑질’을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던데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는 ‘돈이 많거나 힘이 센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떠세’라 할 만하다 생각합니다.

‘갑질’이라는 말을 쓸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써야 할 때에 ‘떠세’를 떠올려 써 주신다면 짜장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렇게 ‘떠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부끄러워 낯을 들지 못하는 그런 자리느낌(분위기)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나라가 좋은 나라라는 것은 저는 말할 것도 없고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같은 생각이지 싶습니다.

그리고 좋은 나라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요즘 빛무리한아홉(코로나19) 때문에 우리나라의 자리(국격)가 많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뛰어난 나라 또는 잘하는 나라였나 싶어서 놀랄 만큼 다른 나라들이 추어올리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이 그저 된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앞서 있었던 실수와 실패를 발판으로 그 일을 맡아 하신 분들이 남모르게 틈틈이 흘린 피와 땀의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바로 앞서 말한 ‘남모르게 틈틈이’라는 뜻을 가진 토박이말이 ‘구메구메’입니다. 옛날에 ‘구멍’을 ‘구메’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구멍구멍’도 같은 뜻이니까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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