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철쭉길 따라 한우산의 매혹에 빠지다
붉은 철쭉길 따라 한우산의 매혹에 빠지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5.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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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는 절기상 여름의 시작인 입하(立夏)다.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 한다.

지금은 어딜 가도 산과 들이 온통 연초록의 물결이다. 들녘에는 청보리가 봄바람에 실려 그야말로 장관이다. 산은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지친 심신을 힐링하는데 좋겠다. 언택트(비대면)의 실행에도 좋을 듯. 등산하기 좋은 의령 한우산으로 향했다. 나는 고속도로보다 느릿가는 국도가 좋다. 낙동강을 동무삼아 의령으로 향했다. 5월의 신록이 어디 가나 눈이 호강스럽다. 산 아래 작고 아담한 하촌, 중촌, 행정마을이 보이고 자굴산으로 가는 도로표지판이 왠지 반가웠다. 지금부터 험한 고갯길이 시작된다. 차로 10분 정도 가다 보면 고갯마루 쇠목재에 도착한다.

쇠목재에 다다르니 등산객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정상까지 차로 이동이 가능했으나 최근에는 임도로 걸어서 가야 한다. 정상까지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가는 길이 흙길이 아니라 아스팔트 길이라 지루한 면은 있으나 진달래도 야생화도 만나고 동행하는 등산객의 이야기도 엿듣는다.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며 멀리 굽이진 길도 보며 색다른 맛을 느끼며 가다 보면 어느새 ‘한우산 생태숲 홍보관’에 이른다.

코로나 19로 문이 잠겼지만 옥상에서 쇠목재와 신전리로 이어지는 가파르고 굽어진 도로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어 약간의 위안을 삼는다. 여기서 200m쯤 한우정(寒雨亭)을 만나는데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 철쭉의 향기로운 내음이 한가득 피어오른다. 한우정에서 왼쪽은 한우산의 정상, 오른쪽은 산철쭉 숲길이다.

정상으로 먼저 올라갔다. 올라가는 데크길에 붉디붉은 철쭉이 온 산을 타오를 듯 매혹적으로 수놓았다. 해발 836m 한우산은 사방으로 탁 트여 멋진 풍광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다. 가슴이 뚫릴 듯 청량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서쪽으로 지리산, 동쪽으로 화왕산, 북쪽으로 가야산이 희미하게 잡힌다.

정상 아래 억새원 공터에 몇몇 젊은이들이 백패킹을 즐기기도 하는 것 같았다. 젊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부럽다는 것을 잠시 느껴본다. 이곳 정상에는 밤에는 별빛, 새벽에는 운해가 그야말로 장관이다.

정상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한우정에서 오른쪽으로 길, 철쭉 설화원(도깨비숲)으로 향했다. 처음 맞이하는 것은 도깨비 이야기책이다. 12개의 각 테마로 스토리텔링 한 철쭉 도깨비숲은 옛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신비롭고 동화스럽다. 걷는 재미는 지금부터다. 어느 순간 도깨비가 튀어나와 놀라워 무섭기도 하였고 때로는 장난스러우면서도 익살스러워 조형물에서 한참 웃음이 세어 나온다. 아이들에게 재미난 옛이야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추천한다.

한우산의 또 다른 풍경거리는 풍력발전기다. 이국적인 경관이라 더 오래 봤다. 그 아래 5월이면 진달래가 온통 붉게 동산을 이룬다. 설화원 아래 홍의송원으로 들어서면 의령의 으뜸 소나무인 홍의송이 지천에 늘렸다. 산을 내려오면 의령 전통시장은 필수코스다. 3, 8일마다 열리고 산나물과 지역 특산물이 많다. 이곳에서 망개떡과 의령소바를 먹지 않으면 섭섭할 정도다. 의령소바에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포기하고 냉면으로 허기를 달랬다. 산은 늘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산이 가진 유혹으로 내일도 산을 향해 가니 마음이 풍족해진다

/강상도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한우산에 철쭉이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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