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년운동의 발상지 ‘진주’
우리나라 소년운동의 발상지 ‘진주’
  • 경남일보
  • 승인 2020.05.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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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고 했던가?

진주도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알면 알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역사의 시간을 품은 곳이 진주다. 지난 5월 5일은 어린이날이었다. 오늘의 어린이날이 있게 한 시작이 진주다. 어린이날의 의미를 되뇌기 좋은 곳이 진주 도심 속 진주교육지원청 주위에 있다.

진주성 정문인 공북문에 차를 세우고 곧장 걸음을 향하지 않았다. 교육지원청 옆 진주초등학교로 먼저 들렀다. 학교 정문 옆에 붙어 있는 ‘경상우도 소학교 터’ 표지판이 눈길을 먼저 끈다. 1895년 경상우도 소학교는 진주성 내 관찰부 회의실에서 문을 연 학교는 두 달 만에 휴교에 들어갔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의병봉기 등으로 나라가 을씨년스러웠기 때문이다. 이후 1896년 문을 다시 열었다. 1909년 우리나라 최초의 남녀공학인 여자학급(3년제)을 설치했다.

진주초등학교가 전국 최초의 남녀공학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꼼쟁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정빈이 공사비를 지원해 여학생 전용 교실 2칸을 신축 기증한 덕분이다. 김정빈은 가난한 집에 태어나 시집가서도 가정을 버리고 밖으로 돌아다니는 남편을 대신해 삯바느질과 품팔이로 생계로 유지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개똥을 주워 모아 팔고 채소장사 등을 해 자수성가했다고 한다. 인근에 있는 진주교육지원청에 이르자 ‘진주는 우리나라 소년운동의 발상지이다’라는 표지석과 함께 우촌(雨村) 강영호(姜英鎬, 1896~1950년) 선생 흉상이 반긴다. 진주교육지원청 앞마당에는 ‘진주는 우리나라 소년운동의 발상지이다’라는 큼지막한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을 중심으로 왼쪽의 강영호 선생의 흉상과 소년운동에 관한 안내판이 자리한다.

어린이 운동의 선구자인 소파 방정환 선생은 1923년 3월 ‘어린이’ 창간호에서 “글방이나 강습소나 주일학교가 아니라 사회적 회합의 성질을 띤 소년회가 우리 조선에 생기기는 경상남도 진주에서 조직된 진주소년회가 맨 처음이었습니다”라고 했다.

강영호 선생은 일본에서 유학 중 방정환, 정순철, 손진태, 고한승 등과 ‘색동회’를 조직했다. 1920년 경남·전남 일대에 항일전단 수천 장을 배포하려다 일본 경찰에 발각돼 체포되기도 했다. 1927년 신간회 진주지회 간사로도 활동했다. 선생은 전남 여수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며 숨어지내다 1950년 한국전쟁 때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연루되어 희생당했다. 한편, 진주봉래초등학교 설립자인 강재순의 셋째 아들인 선생의 맏형은 우리나라 근대 인권 운동의 효시로 알려진 형평운동을 펼친 백촌 강상호 선생이다.

표지석 뒤편에는 키 160cm에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살짝 얼굴을 돌린 채 모습을 드러낸 ‘평화 기림상’이 있다. 여성은 한 손을 꼭 쥐고 가슴 앞에 평화를 상징하는 새를 안았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 전쟁의 성노예로 끌려가 참혹하게 인권을 짓밟힌 피해자를 기억하고 평화와 인권이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평화 기림상 근처에는 진주성 대사지(大寺池) 안내판이 있다. 동북아 국제전쟁(임진왜란) 때 호남을 지켜내고 이 나라를 구한 진주대첩에 빛나는 진주성의 방어 기능을 가진 인공연못인 해자(垓字)였다. 일제강점기 도시정비사업으로 진주성을 헐어 이 연못을 메워 현재의 교육청과 경찰서, 우체국 등이 들어섰다.

하나의 장소에는 하나의 시간만이 머물지 않는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우리가 알고 익히며 기억 너머의 수많은 시간이 말을 건넨다.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흔적을 찾아오는 이에게 장소가 품은 역사는 시간여행을 허락한다.

/김종신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진주교육청 내에 있는 ‘진주는 우리나라 소년운동 발상지이다’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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