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에 보여준 인류애
[사설]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에 보여준 인류애
  • 경남일보
  • 승인 2020.05.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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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국인 불법 노동자의 죽음에 지역사회의 온정이 이어져 ‘마지막 가는 길을 서럽지 않게 했다’는 소식은 가슴 뭉클하다. 비극으로 끝난 33살 동갑내기 태국인 부부의 안타까운 코리안 드림 사연(본보 5월26일자 4면 보도)이 전해지자 지역사회가 인류애를 발휘했다. 지난 21일 진주의 한 농장에서 같은 국적의 노동자에게 피살된 태국인 남성의 아내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탓에 한국은 물론 태국 정부에서조차 아무런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어린 두 남매를 고국에 두고 코리안 드림을 품고 2년 전 한국으로 왔지만, 비용문제로 귀국은커녕 숨진 남편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발말 동동 구르고 있다는 사실이 본보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자 각계에서 발 벗고 나섰다. 지난 26일 진주경찰서 외사협력자문위원회에서 300만원, 전 법죄피해자지원협의회에서 200만원을 전달하고 유족의 빠른 일상 복귀를 염원했다. 진주의 이화장의사 서태호 대표는 피해자의 장례비 전액을 지원해 장례절차를 무사히 진행할 수 있게 도왔다. 시신이 안치된 경상대교병원 역시 병원비 일부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지역사회의 관심으로 어제 장례절치를 무사히 마쳤다. 항공편을 구하는 대로 남편의 유골함을 안고 아이들이 기다리는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유족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해준 지역사회의 따스한 정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한국을 떠나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동안 잘 돌봐준 농장 주인부부와 일면식도 없지만 통역 등 모든 행정절차를 도와준 한국·태국 국제결혼 부부에게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시신을 잘 수습해 장례를 치러 주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도리 중 하나다. 그의 고국 정부조차 외면한 일을 기꺼이 도와 준 지역사회 관계자의 숭고한 인류애 정신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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