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의 미래
학보의 미래
  • 경남일보
  • 승인 2020.05.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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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식 (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으로서의 임기 1년도 끝나간다. 수습기자로 입사하여 학보사 기자로 2년 6개월 동안 생활하며 신문사의 여러 혁신의 순간을 함께하였다. 혁신이라는 표현이 거창한 듯 보이지만 사실 그 방향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읽히는 신문을 만드는 것’이었다. 2년 전 수습기자 시절, 교내 익명 커뮤니티에는 학보사 기자들의 선(先)수강신청을 비판하며, ‘어차피 아무도 안 읽는 학보가 왜 필요하냐’는 요지의 글들이 줄을 이었다. 그것이 당시 학보에 대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냉정한 평가였다.

‘중앙 일간지도 읽지 않는 형국에 누가 학보를 읽겠냐’는 생각은 속 편한 위안을 줄지는 모르지만 무책임하다. 읽지 않는 독자를 탓하면 혁신은 생길 수 없다. 읽히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고, 읽히는 신문으로 만드는 것이 학보사 기자들의 마땅한 책임이다. 어떻게 하면 읽히는 신문을 만들 것인가? 우리 신문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의 중앙 일간지보다 우위에 있는 지점은 바로 우리 대학 내부의 사건에 대한 접근성이다. 대형 언론사가 다루지 않지만 분명 집단 내에 존재하는 어두운 한 편의 사각지대를 담는 것. 그것이 학보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우리 기자들의 사명이다. 진주교대신문사는 2019년 411호와 415호 신문에서 두 차례 교내 교수 갑질 실태를 다뤘다. 교육대학교라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권력의 위계하에 자행된 폭력과 침묵의 카르텔을 건드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부당한 폭력에 침묵하던 학생들이 수많은 녹취록과 갑질 사례를 제보했다. 폭로의 대상이었던 어떤 교수도 징계받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도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격언을 떠올릴 기회는 되었을 것이며, 지금처럼 행동한다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 학보는 ‘총학생회장 후보자 간담회’, ‘총장임용후보자 인터뷰’ 등 학보이기에 가능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기획했다. 이러한 내적인 변화와 더불어 독자들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플랫폼 다변화도 진행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속보성 기사와 카드뉴스를 제공하였고, <월간 달이>를 통해 어려운 기사를 읽기 편한 문체와 설명으로 재구성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종이 신문의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고 신문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웹사이트 구축을 기획 중이다.

대학언론의 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진주교대신문사의 기자들은 위기를 넋 놓고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신문을 읽지 않는 학생들을 원망하기보다, 읽을 가치가 있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혁신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자신감의 원천은 변화와 도전의 순간마다 우리를 응원해 준 독자들이다.

 
정우식 (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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